「어린이 해」에 새싹을 유괴하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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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다시 엄마 품에 안긴 효주양의 얼굴을 신문에서 대하니 가슴 뭉클한 감회를 금할 수가 없다. 도대체 그 누가 이 어리고 티없이 순수한 동심을 두려움에 떨게하고 슬픔과 고통을 느끼게 했단 말인가.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그렇게 끔찍한 유괴사건에 말렸으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상처가 깊었을까, 생각할수록 안스럽고 그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어른의 한사람으로 미안하기까지 하다. 효주야 정말 미안하다.
그래도 겉으로나마 큰 상처 없이 효주양이 유괴범의 손에서 풀려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전국민이 다함께 염려하고 분개하고 관심을 가졌던 때문인 것 같다. 박 대통령의 특별담화와 효주양 급우들의 애절한 호소가 큰 힘이 되지 않았나 싶다.
누구나 다 알듯이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아동의 해」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아동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갖고 보호해야 할 시기에 이런 불상사를 당하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유엔」 아동권리선언문은(제9원칙) 『어린이는 모든 형태의 방임·학대 및 갈취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그는 어떠한 형태로든지 매매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히 아동권리 선언문이 아니더라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철모르는 어린이를 금전거래의 이용물로 삼는 어린이 유괴범은 가장 악질적인 범죄로 다스리고 있다.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어른들은 어린이 유괴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한국사회풍토에 대한 반성을 해야할 것 같다. 돈을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전체에 만연된 금전 지상주의, 노력하기. 아직도 일확천금 하려는 일부의 그릇된 사고방식이 이런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인 것 같다.
부동산 투기 등의 옳지 못한 방법으로 하루 아침 벼락부자가 된 사람, 몇 푼 안되는 돈으로 사업을 시작한 젊은이가 불과 2, 3년 사이에 신흥재벌로 발돋움하고, 몰락한 사회풍토는 일부 층에게 엉뚱한 환상을 품게 한다.
지나친 빈부의 차. 있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과시욕과 소비풍조도 이러한 유괴범죄를 유발하는 원인이 됨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30년대 어린이 유괴사건이었던 미국의 「린드버그」사건은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효주양과 같은 불행이 다시는 우리주변에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는 물론 학교 선생님 사회인들 모두가 함께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학교와 가정에서는 어린이가 낯선 사람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를 시켜야겠다.
또한 부모님은 어린이들에게 지나치게 값이 비싼 고급 옷을 입혀 눈에 두드러지게 하는 태도는 삼가얄 것이다.
또한 우리 모든 어른들은 어린이는 우리 모두가 돌봐야 할 나라의 새싹이라는 생각을 가져야할 것이다. 돈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한 것이 인간이고 어린 생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얘기한다.
밝고 맑은 어린이의 웃음이 있는 곳에서만이 인간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또한 어리이 유괴범들에게 이르오니, 유괴사건이란 성공률이 극히 적은 범죄이니 만큼, 엉뚱한 생각은 버리고 떳떳한 방법으로 세상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김현자(대한 YWCA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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