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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우리들도 할말이 있어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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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학교가 새 학기를 맞은지 벌써 한달이 더 지났다. 새로운 교실에서 새 선생님, 새로 만난 학급 친구들과도 어느덧 익숙해졌다.
각 지방 어린이들이 새 학기를 맞은 그들 학교의 생생한 표정을 담은 글을 보내왔다.
그들이 직접 그린 그림도 함께 곁들여 어린이가 만드는 신문으로 엮었다.

<전교생이 푼돈 모아 해외 동포 방문 돕기에>김성수 제주북국민교 6년1반
우리 학교는 긴 한라산 줄기를 따라 제주시 중심지에 자리잡은 학교입니다. 오는 5월19일이면 개교 70년을 맞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근면·검소·절약·저축이라는 말을 마음에 잘 심어두어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 앞 바닷가의 자연 보호는 모든 학생들이 스스로 철저하게 하고 있으며, 특히 저는 학급의 급장이라 앞에서 우리반 친구들을 잘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학교 교화는 영산홍으로 정해져 붉은 빛깔의 아름다운 꽃이 심어져 있는 교정은 항상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교목은 향기로운 향나무로 지정되어 우리 마음에 희망과 봉사의 정신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새 소식이 있어요. 이번에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는 해외 동포 모국 방문단 돕기에 우리 학교는 적십자반이 주동이 되어 모든 전교생이 10원, 20원씩 모은 결과 약 6만원이라는 돈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들의 적은 용돈을 아껴서 한푼 두푼 모았죠. 이일을 계기로 우리 학교 학생은 절약하는 생활 태도를 기르게 되었습니다. 우리 제북교는 운동면·학습면·생활면에서 약 50명의 선생님과 3천여명의 학생들이 한마음이 되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무와 꽃을 사랑하고 바다를 아끼는 우리 학교 모든 어린이들은 한국 속의 제주북국민학교로 발전시킬 것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좀 더 질이 좋은 학용품을 만들어 주세요>이수미 대구봉덕국민교 4년7반
안녕하셔요? 저는 대구 봉덕 국민학교 4학년7반에 재학중인 이수미랍니다.
먼저 우리 학교의 불편한 점을 말씀드릴께요. 우선 변소 시설이 잘되어 있지 않아 지저분해요. 변소가 모자라서 노는 시간에 변소엘 가면 한참씩 기다리고 있어야 해요.
한참 기다렸다가 소변을 보고 교실에 들어가면 공부를 시작하고 있어서 늦게들어 왔다고 선생님께 꾸중을 들을 때가 많아요. l학년 동생들이 불쌍해요.
그리고 우리 학교의 가장 문제점인 것은 추운 밖에서 공부하는 동생들을 차마 볼수가 없답니다. 교실이 모자라 더러운 먼지 속에서 벌벌 떠는 동생들은 공부도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는데요. 오후반을 매일 매일 하기가 귀찮은 동생들은 공부도 잘되지 않아 공부할 때보다 놀 때가 더욱 많다고 해요.
또 노는 시간을 좀더 주셨으면 해요. 변소에 갔다 와서 좀 놀려면 종이 울리거든요. 학용품 문제도 그래요. 칼도 몇번만 사용하면 날이 빠지거나 망가져 연필이 깎이지 않아요. 연필도 깎기만 하면 부러져서 쓸 수가 없는 때가 많아요.
공책도 글자를 쓰다보면 자꾸 종이가 찢어지고 「크레파스」도 조심스레 써도 너무 잘 부러져서 부모님께 돈 달라고 하기도 미안해요.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은 아껴 쓰라고 하시는데 정말 걱정이예요.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학용품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교통 혼잡한 학교 앞에 육교 세워줬으면…>이정화 부산부전국민교 5년6반
올해 우리 부전 국민학교는 더욱 더 좋은 학교가 되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급식 시범 학교인데 올해는 작년보다 급식 「메뉴」가 맛있고 실용적인 음식으로 바뀌었습니다.
1주일에 2번씩 사과를 주고 국은 쇠고기 국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학교에서는 잃어버린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함을 만들어 학생들이 안심을 하고 물건을 가지고 다닙니다.
숨은 재주를 찾아내 마음껏 펼치는 특별 활동 시간도 l주일에 한번 있습니다.
특별 활동에는 「핸드볼」부·웅변부·미술부·문예부·합창부·육상부 등 여러 가지 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 축구부는 매일 선생님을 모시고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축구부가 국민학교 대항 운동 경기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아 오기도 했습니다.
학교 현관 옆에 복도에는 자연 실험물과 우리들의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실습 도구가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우리 학급 합창단이 「텔레비전」 방송국에 가서 우리 학교 자랑을 한바탕하고 노래 솜씨까지 크게 자랑하여 칭찬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우리 학교 앞 큰길에는 교통 신호대가 있는데 차와 사람 통행이 매우 복잡하여 아침저녁 등교시간과 하교시간에는 무척 위험합니다. 이곳에 육교를 하루빨리 설치하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꽃을 보며 착한 어린이 되겠어요>성미경 목포남국민교 5년7반
따뜻한 봄이 오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요즘 우리 학교 화단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여기 저기에 예쁘게 피어있다.
담 옆에는 어린 묘목들이 심어져 있고 뜰 앞 화단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촘촘히 들어서 피어있고 철쭉·개나리들이 등교길에 날 반겨준다.
교장실 안에는 어여쁜 꽃이 예쁘게 꽂혀 있고, 교실에는 꽃병과 화분에서 향긋한 꽃 냄새를 풍겨준다.
우리 학교에서는 이번에 우리들 스스로 학교를 아름답게 가꾸자고 결의하여 3백 그루라는 많은 묘목을 심었다.
식목일에는 자연 보호를 생각하면서 한 그루의 나무라도 정성껏 심어주었다.
나는 나무에게 내가 자라듯 무럭무럭 자라달라고 속삭였다.
박 대통령 할아버지께서 『자연을 우리 모두가 스스로 보호해야 되겠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면 자연은 우리들을 보호해 준다.
우리 학교에서는 화단을 아름답게 가꾼 우리들을 칭찬하는 뜻으로 기념사진도 찍어주었다.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은 나무를 무척 사랑하신다.
나무는 항상 푸른 마음과 희망을 우리에게 심어준다.
나는 이 아름다운 꽃들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서 이 나라가 발전하는 길을 도와 착한 어린이가 되겠다고 결심을 하였다.

<「하면 된다」는 믿음으로 「6학년 구실」 하겠다>김정훈 강릉국민교 6년2반
6학년이 되니까 책가방이 한결 무거워졌다. 『야! 내가 6학년이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5학년 때만해도 책가방이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왜 이럴까?
5학년 때는 아우들의 공을 빼앗아 차고 괴롭히고 하는 것이 6학년인 것 같았는데 정작 6학년이 되니까 점잖아지는 것 같았다.
아우들을 사랑해야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웃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할 일처럼 느껴졌다. 새학기가 되니 달라진 것이 너무 많았다. 교실도 바뀌었고 친구도 바뀌었고 책가방에서 꺼내는 책도 뭔가 모르게 새롭게 느껴졌다.
선생님께서도 하급 학년과는 달리 좀더 대접을 해 주시는 것 같다. 『여러분은 불가능이 없는, 얼마든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뭐든지 「하면 된다」는 신념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어린이가 됩시다』하고 담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집에 돌아와 선생님 말씀이 머리에 떠올라 서예 도구를 펴놓고 단정히 앉아 먹을 갈았다. 잘 쓰는 글씨는 아니지만 책상 윗벽에 『하면 된다』는 글을 써 붙여놓고 보니 내가 정말 6학년이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강릉의 어린이다. 뜻을 크게 품고 바르게 살자』는 교훈을 실천하여 강릉 국민학교 70회 졸업생으로서 빛나는 전통을 후배들에 물려주어야겠다고 크게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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