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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부들 농촌으로 역류|도시근교에 인력시장 일꾼알선 복덕방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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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영농 철에 농촌에 일손이 달리자 도시근교에는 농촌에서 비싼 품삯을 벌려는 도시근로자들의 인력시장이 서고 일손알선복덕방까지 등장했다. 하루 품삯도 남자 7천원·여자 5천원씩(식사·담배·술 제공)으로 지난해에 비해 거의 2배가 올랐고 도시공사장 노임보다 2천 원이나 더 비싸다. 또 일손이 다급해진 농가에서는「택시」를 동원, 인근도시의 막일꾼을 모셔 가는가 하면 마을단위로「마이크로버스」를 전세 내어 수백리 떨어진 수몰지구 등을 찾아 장거리인력수송작전을 펴기도 하고「선불」「예약 제」로 공사장 인부를「스카우트」하고 있다. 【지방종합】
도시근교의 날품시장은 대구시 북구 노원동 만평「로터리」주변에 형성돼 매일 상오7시에는 70∼80여명의 일꾼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대구시내 공사장 인부들로 일손이 딸린 농민들이 평상일당 5천원 보다 2천원을 더 붙여「택시」로 모셔 가기 때문에 일반공사장에 가지 않고 이곳에 몰리고 있다.
농민들은 도시근로자들의 품을 사자면 이들의 평상노임보다 더 주지 않고는 일손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품삯으로 이들을 데려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군산에는 저소득층부녀자 10 ∼15명단위로 작업단을 만들어 일손을 구하러 오는 근교농민들에게 비싼 품삯으로 일손을 대준다.
전북 익산군 오산면 남전리 주민 1백35명은 하루종일 전 주민들이 공동으로 들판에 나가 일해도 전체농경지 1백20㏊의10분의1도 농사 지을 수 없어 상오6시에 군산으로 나가 부녀작업단의 일손을 사 간다.
농촌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지자 도시근교에는 농촌일손알선 복덕방이 나타나 일꾼1명을 소개하는데 5백원씩의「커미션」을 받고 재미를 보고 있다.
천안시에서 충남 일손복덕방을 경영하는 서 모씨(57)는 일손을 부탁하는 농민들이 매일 10여명이상 몰려들고 있으나 일할 사람이 없어 소개해 주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충북 청원군 낭성면 지산리 안 흥 농원에서는「미니·버스」를 구입, 1백 리가 넘는 보은군 회남면 대청「댐」수몰지구에서 일꾼들을 실어다 쓰고 있다.
강원도 춘성군 서면 신매리 김흥수씨(42)는 춘천시내에 있는 친척들에게 일꾼「스카우트」를 부탁해 부녀자들을 모으고 있다.
농촌의 일손 구하기가 이렇듯 어려워진 것은 농촌 젊은이들이 도시로 몰려 기업체에 흡수됐고 이를 해결키 위한 농경기계화나 농경지정리가 부진한데다 영농규모의 영세성으로 공급된 농기계도 제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당국 집계에 마르면 이농 인구가 77년 47만 명, 78년에는 78만 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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