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난감·가구등 쏟아져 나와|「안 쓰는 물건」매매시장|서울 장충공원광장에 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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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치솟는 물가와 원자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시민들의 슬리로「안 쓰는 물건 바꿔 쓰기 시장」이 서울의 중심가에 개장됐다. 31일 상오 서울중구장충동 장충공원광장에 개설된 구판장-. 전국주부 교실중앙회와 건전생활 중앙협의회가 마련한 이 구판장에는 하오2시 현재 2만여명의 고객이 몰려들어 3만여점을 거래, 대성황을 이루었다. 상오10시30분에 개장되어 하오7시30분까지 계속됐다. 시장바구니를 든 가정주부·수업을 끝낸 국민학교 어린이·손자를 업은 칠순할아버지 등 남녀노소의 고객들이 저마다 헌 물건을 정성 들여 들고 나와 흥정하느라 바빴다. 거래품목은 의류·완구류·도서류·가방류·신발류·작은 가구류 등 6가지.
가정에서 쓰다 버리기 아까운 물건으로 재생하여 사용할 가치가 크고 운반하기 쉬운 것으로 제한했다.
구판장은 관리판매장·자유판매장·수선봉사장으로 나누어 주부교실회원 2백여명이 거래를 알선했다.
관리판매장은 씀씀이 별로 14개소의 판매장을 만들어 팔 물건을 위탁받아 주부교실회원들이 가격을 조정, 가격표를 붙인 뒤 매장에 진열해놓고 팔았다.
자유판매장에서는 팔 사람이 원하는 가격을 붙여 주부교실회원들의 중재를 거치지 않고 살 사람과 직접거래 했다.
또 수선봉사장은 주부교실 양재반 수강생 10명이 재봉틀 3대를「풀」가동, 거래가 이루어진 옷이 맞지 않을 때 무료로 고쳐주었다.
관리판매장의 첫 손님은 손녀(2)를 업고 나온 한돌석씨(72·서울중구 신당동).
한씨는 손자에게 장난감을 마련해주려고 상오8시부터 나와 기다리다 개강과 동시에 갖고 나온 헌 옷가지 2점(낡은 양복상의·「와이셔츠」)을 접수시켰다.
주부교실 회원 김작한씨(34·여)는 한씨와 상의, 값을 5백원으로 매겨 가격표를 붙이고 진열대에 놓았다.
10분만에 팔려 5백원을 손에 쥔 한씨는 완구류 가게를 기웃거리다 1천5백원의 가격표가 붙어 있는 유모차를 어루만지며『돈이 모자라는데…』하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때 유모차 주인 정경순씨(36·가정주부·서울마포구 공덕동)가 나타나 5백원만 받고 한씨에게 유모차를 건네주었다.
박봉임(27)·봉순(34)씨 자매는 한복2벌을 1천원에 사 어머니에게 입혀보고『그 동안 가난해서 어머니에게 옷 한벌 제대로 못 사 입혀드렸다』며 얼굴을 붉혔다.
벽안의 외국인도 물건을 흥정하느라 이채. 주한미군「클래먼스」병장(26·서울잠실 주공 「아파트」1단지110동100호)은 한국인 부인 한경덕씨(24)와 함께「스웨터」1벌을 5백원에 사고는『너무 싸다』고했다.
건전생활 협의회는 바꿔 사기 시장은 성과가 좋으면 상설운영하고 지방에서는 개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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