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돈 387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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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와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단기성 예금으로 떠도는 돈이 3백90조원에 육박했다.

9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금융회사들의 만기 6개월 미만 단기 자금(증권사 고객예탁금 포함)은 모두 3백87조원으로 전달(3백80조원)에 비해 7조원, 지난해 말(3백78조원)에 비해 9조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만기 6개월 미만의 이들 단기자금은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이동이 가능하다"며 "단기 자금이 많아지면 시장안정이나 기업의 장기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예탁금을 빼면 금융회사에 몰린 단기자금은 지난해 12월 3백70조원(한달 평균잔액 기준)에서 2월에는 3백72조원, 3월에는 3백76조원으로 늘었다.

단기자금은 은행의 실세 요구불예금과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수시입출금식예금(MMDA)과 투신사의 단기채권투자신탁.머니마켓펀드(MMF), 증권사 고객예탁금 등 최장 6개월 안에 한 차례 이상 이동할 수밖에 없는 자금을 합한 것이다.

지난달 카드채의 부실화 문제로 증권.투신권에서 24조원의 단기자금이 이탈했지만, 이들 자금은 대부분 만기 6개월 미만 은행 정기예금이나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 단기자금에 몰려들었다.

마이다스에셋의 조재민 대표는 "떠도는 돈이 많아진 것은 초저금리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접어든 때문"이라며 시장이 안정되고 마땅한 투자처가 나올 때까지 시중자금의 단기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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