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표정속의 경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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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은 평화의 영웅 「사다트」와 함께』 『「카터」, 평화의 땅 방문환영』 .
「나일」강 도로변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는 「사다트」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카터」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이같은 현수막이 「카터」가 이곳을 방문한 지난8일 이래 계속 걸려있다.
이 현수막은 중동평화회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반영한 것으로 의례적인 겉치장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평화가 미덕이라는 소박한 상식을 지난30년 동안 4차례나 전쟁을 치러야했던 가난한 「이집트」인들처럼 절실히 느끼는 사람들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아랍」우방의 냉담한 눈길의 의식, 양국간의 평화조약을 범중동적 차원으로 이끌어야한다는 「아랍」권에서의 주도자적 대국의식과 함께 적어도 이땅에서는 더 이상 총소리를 듣지않게 되리라는 국민의 안도감이 교차되는 가운데 국민의 「사다트」에 대한 신뢰감은 거의 절대적이다.
「카이로」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있는 「알리」군(21)은 『「사다트」를 국민 거의가 지지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메리컨」대를 나와 지금 매달2백50「달러」를 받으며 외국인 상사에 근무하는 「무스타파」씨는 『「아랍」제국의 일원으로 우리는 할 일을 다했다. 더 이상 우리만 망할 수는 없다. 설혹 일부 「아랍」국이 반대해도 상관하지 않겠다』며 『그들은 입에 발린 소리에만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나라에 평화가 절실한 사실은 고대문화를 구경하러 온 의국인 관광객들이 더욱 실감할 수도 있다.
「카이로」공항에서 1백50「달러」만 바꾸어도 즉각 한달「비자」를 내주는 사실, 시내에 들어서면 전쟁에서 보호자를 잃은 거지아이들의 때묻은 손, 낡은 건물, 깨진 신호등 등은 숱한 고아들, 미망인들과 함께 더 이상의 전쟁을 치러서는 안된다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집트」는 매년 5억「달러」를 벌어주는 「피라미드」를 비롯한 세계적인 관광자원, 80년초부터는 매일 1백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산유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 「수에즈」운하로부터 들어오는 10억「달러」와 「유럽」과 「아프리카」양대륙을 잇는 지정학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4차례의 전쟁으로 4백억「달러」의 손실을 감수해야했다.
「이집트」인들은 이번 편차회담조인에 대해 「두고보자」는 뜻의 「한슈프」라는 말로 간단히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에 소련외상 「그로미코」가 「시리아」를 전격방문, 대 「이집트」·「이스라엘」비난과 PLO지원을 약속하고있어 소련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더우기 「아랍」국가들이 대「이집트」경제보복을 선언하고 「이집트」를 「아랍」연맹에서 축출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의 평화는 이보다는 「카운터파트」에 대한 생리적인 불신감이 더 큰 장애요소로서 오랫동안 남을는지 모른다. 그 불신감을 어느 「이집트」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에 대한 쓰린 경험이 없는 다음세대에나 가야 진정한 명화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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