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보다 체감경기 … 최경환식 성장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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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을 비롯해 각 분야의 덩어리 규제를 풀어 민생경제를 살리겠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조만간 열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정책 방향이다. 그가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지난 1년간(지난해 5월 15일~올해 5월 8일) 가장 많이 언급한 경제 키워드여서다.

 본지의 전수조사 결과 최 후보자는 최고위원회의·원내대책회의·간담회를 포함한 공식석상에서 경제정책에 관해 모두 34차례의 발언을 했다. 큰 틀에서 분류하면 경제활성화를 위한 제언이 20차례(5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민주화 9차례(26%), 관피아(관료 마피아)·공기업 개혁 5차례(15%) 순이었다.

 최 후보자의 경제활성화 발언을 분석해 보면 그가 왜 성장론자로 불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의 분발을 촉구한 언급이 11차례나 된다. 올해 4월 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한 평가가 대표적이다. “정확한 처방이지만 개별 경제주체들을 시장에 뛰어들게 만드는 더 구체적인 성장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5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지역경기 침체를 우려하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취약지역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후보자는 일관되게 체감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국민이 경제성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이달 13일 경제부총리 내정 뒤 기자들과 만나 했던 첫 멘트는 “경제성장률이 몇 %냐보다 체감경기가 좋아져야 한다”였다. 이는 1년 전 교섭단체 대표연설(지난해 6월 4일)을 통해 정부에 주문했던 “단기 지표에만 집착하지 말고 체감경기를 살리라”는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현오석 경제팀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전세시장이 붕괴되고 대외여건이 불리한데 경제팀의 현실인식이 너무 안일하다”(지난해 7월 9일 원내대책회의), “주변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는데 경제팀은 여전히 과거에 갇혀 있다”(지난해 10월 18일 국정감사 대책회의)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한겨울의 여름옷’이라고 지적하며 규제 완화를 시사한 것도 갑작스러운 발언이 아니다. 경제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줄곧 부동산 규제 완화를 꼽아서다. “부동산은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민생 과제”(지난해 8월 1일 공인중개사협회 간담회), “투기시대 천정부지로 집값이 오르던 시대의 부동산 규제를 풀어야 한다”(지난해 8월 21일 기자간담회)고 밝혔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올해 4월 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LTV·DTI를 지역·연령별로 조정하자”며 스스로 해법을 내놨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는 원칙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게 최 후보자의 기본 인식이다. “교육·의료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 “주식 배당 강화를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를 꾸준히 화두로 제시하는 이유다.

 이 같은 맥락에서 경제민주화 역시 성장에 방해가 되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기업의 독과점 행태에 대해서는 비판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중견·중소기업이 피해 봐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그의 경제민주화 관련 발언(9차례)에서는 “경제를 살리는 경제민주화가 돼야 한다” “묻지마 경제민주화는 안 된다”는 문구가 많이 나왔다.

 공기업 개혁의지도 뚜렷하다. 그는 올해 2월 1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방만경영 개선에 반대하는 공기업 노조에 대해 “철밥통 지키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관피아 대책과 관련해서는 “공직사회의 복지부동·무사안일을 용납하지 않겠다”(지난달 2일 원내대책회의)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 후보자가 경제 현안을 꼼꼼히 점검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사청문회에서 향후 경제팀을 이끌 비전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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