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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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코란」경13장11절은 『스스로 인간조건을 바꾸지 못하는 자를 위해 신이 그 조건을 바꾸어주지 않는다』고 가르치고 있다.
『사태를 절정으로 밀고가지 못할 만큼』 일반적으로 양순한 성품을 가졌다는 「페르시아」인들이 그처럼 많은 피를 흘리면서 오랜 압제와 치욕적인 외세의 굴레를 벗어던지는데 성공한 것은 「코란」의 이러한 혁명적 가르침에 힘입은바 큰것같다.
1년을두고 조그만 항의에서 시작해서 무자비한 살육전으로 「이란」혁명이 진화해 나가는 그 처참한 광경을 서방신문들은 서방의 정치·경제적 이익이라는 일관된 색안경을 쓰고 보도했다.
그래서 사태가 험악해질 때마다 영국 또는 미국의 투자가 위협을 받는다든가 또 그 결과로 수천명의 영국인이 일자리를 잃게됐다는 측면이 강조되어 보도되었다.
피를 흘리는 「이란」인들이 바꾸려한 「인간조건」은 별 관심거리가 못되어왔다. 정부쪽도 마찬가지였다.
유혈극이 시작될 때쯤 「데이비드·오원」영국외상은 서방측의 이익을 위해서 「샤」가 계속 집권하는것이 좋겠다고, 외교관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무분별한 발언을 했다.
솔직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국민들로부터 서방의 꼭둑각시로 여겨지고있던 당시의 「샤」에게는 가장 듣기싫은 말참견이었을 뿐 아니라 「샤」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더욱 부채질했다고 「샤」의 측근이 후에 전했다.
「이란」혁명은 서방세계가 제3세계에 대해 갖고있는 무감각·이기주의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란」사태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서방정보망의 한계도 바로 「인간적 요인」을 무시한 서구의 제3세계관에 연유되는 것이다.
몇몇 지도자를 부패시키고 그들을 서방측이익에 연결시키면 만사가 형통할 것이라는 근시안-그런 식의 현실감각을 영국인들 스스로는 바보들의 천국이라고 부른다.
위험에 직면해도 무지해서 스스로 천국에 있다고 믿는 위험스런 착각.
「이란」사태는 제3세계에 대해 서방측이 불치의 증상으로 갖고있는 그런「바보들의 천국」에 강타를 먹인 셈이다.<장두성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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