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지방의 숨은 의병대장 김석주선생 진중일기 발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895년 민비시해사건과 단발령에 울분을 느껴 일어난 초기의병의 활약상과 알려지지 않은 의병대장 김석주선생의 행적을 밝히는 자료가 80년만에 공개됐다 <관계기사4면>. 자료는 김석주선생 (l856∼1920)이 지휘한 봉화창의소 (창의소)의 「진중일기」 l권과 김 선생의 친필서한 및 당시 안동관찰사 수당 이남규가 보낸 선유문(선유문)·격문 등 4점이다.
김 선생의 장손인 창한씨 (46·실업자)가 공개한 이들 자료 중 「진중일기」는 1896년 2월부터 3월에 걸쳐 일본군 수비대 및 관군과 벌인 봉화의병의 전투기록으로 초기 의병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가로 28.5㎝, 세로 22㎝의 한문필사본인 이 일기는 모두 42면으로 전반 36면에 걸쳐 두 달 간의 전투기록이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고 나머지 뒷 부분에 당시 봉화창의소의 편제와 참모들의 명단을 비롯, 충청도 지역에서 활약하다 김 선생의 봉화의병 부대와 합동작전을 편 것으로 보이는 서상렬의 호좌의병부대·김석교의 안동청량산 의병부대 등의 명단까지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또 여기엔 김 선생이 주동이 되어 안동 봉화 위안 영주 순천 풍기 호좌 등 7개 지역의 의병이 연합작전을 펴 일본군에 대항하려 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적고 있어 김 선생이 전기 (전기)의병 항쟁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진중일기」의 기록은 김 의병장 휘하 여러 명의 서기들이 돌아가며 맡은 듯 필체가 다르고 따라서 기술방법도 매우 사실적·객관적으로 되어있는 게 특징이다.
▲김후경씨 (국사편찬위 연구관)의 말=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영남지역의 의병활동을 생생하게 밝혀주는 귀중한 자료다. 지난달 발견된 민용호 의병장의 「관동창의록」과 함께 전기 (병신)의병의 성격을 뚜렷하게 밝혀주는 자료로서 가치가 크다.
이들 자료의 발견은 학계에서 종래 낮게 평가되어 온 전기 의병사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