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대신시장에 큰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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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8일 하오 l시 40분쯤 서울 영등포구 신길 1동 1l6의15 대신시장(지하1층·지상5층·연건평4천3백47평·대표 이창호·48)에서 불이나 지하층 수성화학공업사(대표 정대남·41)종업원 서성석군(18)등 3명이 불에 타 숨지고 상가 고객 허의직씨(54·신길 1동 70의20)가 2층에서 뛰어내리다 다리에 골절상을, 1층 닭장주인 공유태씨(37)가 불길을 무릅쓰고 닭을 꺼내다 얼굴 등에 중화상을 입었다. 불은 l층 상가 1백89개 점포(1천2백71평)와 지하층 공장4개·기관실·변전실 및 2층 대신「맨션·아파트」 3가구 등 모두 2천여평을 태우고 4시간만에 꺼졌다가 하오 9시l0분쯤 지하실에 있는 안원사 섬유공장(대표·안재관·50)에서 2차 발화, 19일 상오 3시쯤 완전 진화됐다.
경찰은 피해액을 2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상인과 「아파트」 주민들은 건물전체가 고열로 금이 가 50억원 대가 넘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상가1충 북쪽 출입문에 인접한 보세의류 상점인 우진양품 (주인 김봉우·66)에 설치된 전기 「소키트」에 「플러그」가 그대로 꼽혀 있는 것을 발견, 전열기구의 과열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치안본부와 재감식반을 동원, 정밀감식을 실시 중이다.
1층 상가는 각종 생필품 가게이며 지하실에는 섬유공장 2개. PVC·금속공장 등이 있었다.
1층 상가는 휴일이어서 대부분 철시, 인명피해가 적었으며 4층 짜리 복합건물로 세워진 대신「맨션·아파트」 70가구 3백50여명의 주민들은 무사히 대피, 18일 밤을 인근여관과 친척집 등에서 지샜다.
불이 나자 서울시내 전 소방차 83대와 미8군 소방차 2대 등이 긴급출동,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화학섬유·PVC등이 타면서 내뿜는 일산화탄소·아황산「가스」등 유독 「가스」로 접근이 어려운데다 철제 「셔터」가 모두 내려져 있었고 지하실에 놓인 LP 「가스」통 50㎏들이 7개의 폭발위험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이 많았다.
불이 난 대신시장 주변에는 상인과 「아파트」 주민을 비롯, 인근 주민·행인 등 5천여명이 몰려들어 진화작업을 지켜보았고 하늘을 가리는 시커먼 연기가 풍속 5m의 남서풍을 타고 영등포· 노량진·영동일대를 뒤덮었다.
건조주의보기 발효중인 이날 서울지방의 습도는 54%였다.

<발화>
불을 처음 본 지하층 삼성PVC공장 (주인 한승옥) 종업원 한기수군(21)에 따르면 동료 5명과 함께 공장 안에서 놀고 있을 때 매캐한 냄새가 나면서 연기가 자옥해져 1층으로 뛰어올라가 보니 「셔터」가 내려진 북쪽 출입문 쪽 우진양품 부근에서 연기가 번져나왔다.
한 군은 출입문 「셔터」를 올린 후 동료들을 불러 복도에 놓인 분말소화기 3개로 불길을 잡으려 했으나 이미 불길은 완구점·의류점 등으로 삽시간에 번졌다.
일심금속 (주인 정동량·40) 종업원 안관식(21)·이두찬(21)군 등도 인근 강릉식당에서 술을 마시다 불을 발견, 한군을 도와 불길을 잡으려 했으나 유독「가스」때문에 속수무책, 소화기를 버린 채 출입문으로 빠져나왔다.
불은 촘촘히 들어선 각종 점포 1백사개를 휩쓴 뒤 지하층으로 번져 「스웨터」·PVC공장 등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원단·원사 등을 태우면서 용광로처럼 끓어올랐다.
불길은 2층 「아파트」까지 넘실거려 B동 208호 최귀순씨(40·여)집 등 3가구를 태우고 일단 숨을 죽인 듯 했으나 하오 9시10분쯤 안원사 섬유공장에 쌓아둔 원사더미 속에서 남은 불씨가 발화, 지하 1층의 타다 남은 상품·원료 등을 샅샅이 태우고 19일 상오 3시쯤 완전히 꺼졌다.
심한 열기로 「아파트」 2, 3층 바닥과 벽 등에는 2∼5㎜쯤의 금이 곳곳에 가 경찰은 19일 안전점검을 실시한 후 입주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화인수사>
경찰은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우진양품의 「소키트」에 「플러그」가 그대로 꽂혀 있는 것을 확인, 주인 김씨를 불러 전열기 사용여부를 추궁 중이다.
또 18일 상오 9시부터 l시간동안 지하 변전실에서 전기공사를 하면서 3, 4차례 단전을 했음도 밝혀내고 이 시장 전기책임자 전곤씨(40)도 함께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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