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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행태 파악안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회=어떻습니까? 요컨대 장기적인 물가안정을 위해 가격을 올렸다고 하는데 박교수께서는 소비자입장에서 정부측의 설명에 납득이 가십니까? ▲박=우선은 기다려봐야겠죠.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볼때는 이번 인상조치가 너무 기업의 편을 든 감이 있지않나 해요.
아무리 원가상승요인이 있어도 기업은 가격인상을통해 일정 이윤을 확보해야한다는 논리는 옳지않다고봅니다.
지난해 국내정유회사들이 2백70억원의 흑자를 봤다는데 원유값이 올랐다고 기름값을 무턱대고 올려줘서야 되겠습니까? 기업 허리디를 졸라매야죠.
▲사회=기업에 대한 불만이 많은것 같은데요-.
▲홍=제가 기업대표같이되어버린 감이 있읍니다만 가격을 올려준다고 좋아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움이 많습니다.물가가 올라가니 정부는 당연히긴축정책을 쓸텐데 기업의 입장에선인건비·원자재값등 모든 비용이 올라 자금수요가 더 늘어나는 모순에빠져 있읍니다.
더구나 산업구조가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바뀌어져 감에따라 여기에 쏟아부어야할 대금이 엄청나요. 규모도크고 자금의 회임기간도 긴데다가 제품의 시장성마저 불투명하고보면 그어려움은 더한거죠.
며칠전 신부총리가 기업의 경영합리화를 통해서 가격상승요인을 흡수하라고 강조했지만 그럴수만 있다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 원래 경영의 합리화라는게 먼저 계획을 세워야하는 건데도무지 이 계획을 세울수가 없어요.계획을 세우러면 물자수급이나 자금계획등에 대한어느 정도의 예측이 가능해야 하는데 요즈음 같아선 오늘 본내일조차점칠수 없는 현실이니 경영합리화 추구는 요원한 이야길수 밖에 없어요. 그야말로 한치앞을 보기가 힘듭니다.
▲사회=불확실성의 시대를 실감하고 있군요. (일동 웃음)
정부의 이번 인상조치가 궁극적인물가 안정을 위해서라면 이에 따른보완조처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생각으론 이번에 터뜨린 물가조치가 가격을 올리는데만 급했지 올리는데 따른 필요한 조처가 못따른것 같아요.
▲강=구체적으로 말씀하신다면-.
▲이=가령 정부가 투자·외환·재정등 여러계획을 종합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어떤 시기에 가서 안정을 이룩하겠다는 식이 아니고 우선 억눌렸던 가격을 올려서 안정시키겠다는데만 집착한 인상을 줍니다.
물가위기가 근본적으로 최근의 원자재값 상승이나 「이란」 사태 때문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73년 「오일·쇼크」 이후에서부터 누적되어온 상승요인이 그동안 쭉 곪아온 것입니다.따라서 이를 한꺼번에터뜨리려면 사전에 준비가 있어야 했어오. 정부가 일정기간동안 화폐면에서나 물자면에서 안정기반을 구축한다음에 터뜨렸어야 옮았다 그겁니다.
▲박=성급했다는 점에서는 저도 동감입니다. 정부가 막상 한꺼번에 독점가격을 풀어놓아 여기저기서 덩달아 오르기 시작하자 소비절약을 펴서 「인플레」 를 막자고 하는데 사전에 소비자들의 소비항태도 철저히 분석해서 소비면에서도 충분한 연구작업이 선행됐어야 했어요.
▲강=물론 충분한 사전 정지작업을 거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하겠지요. 그러나 한마디로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당장 시장에 나가보면 세탁비누나 운동화는 값은 고하간에 구하기조차 어려운 형편이었으니까요. 오랫동안 곪아온 환부가 너무 깊어 당장 째지 않을 수 없는형편이었다고 할까요.
▲이=그런 식으로 문제를 접근하면곤란해요.
지금까지 모순을 누적시켜온 것은정부이면서 이제와서 형편이 급하게됐다고 아무런 사전준비없이 갑자기터뜨리면 되겠읍니까.
▲미=사실 지내놓고 보니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안정을 내다보는 정책면에서 1년이상을 허송세월 했다는 느낌이 들어요.77년초부터 통화관리에 신경을 써 왔더라면 하는아쉬움이 있어요.
아뭏든 과거지사는 어떻든간에 지금부터라도 과감한 수술을 통해 잘해보자는 것입니다.우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불부터 끄고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회=괴로운 과거는 들추지 말고 새장관 밑에서 심기일전하겠다는 뜻이군요.
▲이=그러나 장관만 바뀌었다 뿐이지 그동안 물가를 주물러온것은 정부아닙니까.과거를 덮어두고 지금부터 잘하자고 하지만 이미 여기 저기 잔뜩 사업을 벌여놓았으니 이런상황아래서 안정하겠다는 것이 여간어렵지않을것입니다. 당연히 투자계획도 재조정되어야 할것입니다.
또 모두들 국제화시대 운운하지만사실 정부고,종합상사고,은행이고,우물안 개구리를 면치못하고 있어요.
지난해부터 국제원자재값이 뛰어올라 자재난이 심각해지자 상공부는 이제와서 원자재를 비축한다고 법석인데 이미 그 시기를 잃었어요.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최근의 원자재사태로 오히려 많은 돈올 벌었습니다.
그들은 「이란」 사태후에 올것을 충분히 예상하여 금년1월부터 원자재를 매점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우리는 다 오른 다음 이제서야 비축금융이다,뭐다 하는 겁니다.
오히려 기금으로서는 원자재값의 동향을 조용히 관망할때지 비축을 서두를때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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