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물가풀어 물가고삐 잡았다「칠레」의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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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극심한 정치혼란과 경제파탄속에서 .연평균 5백%라는 믿기어려운 「인플레」에시달려온 「칠레」 경제가 최근 3∼4년만에 경기회복과함께 「인플레」를 30%이하로진정시켜 물가로 고심하고있는 각국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있다. 더우기 정부의 강력한 통제정책에 의해서가 아닌 과감한 시장기능 회복을 통한 물가안정이란데 초점이 있다.
과연 『정부는 안정된 통화공급으로 그 사명을 다할뿐, 그이상의,정책은 도리어 그나마경제를그르칠뿐』이라는「밀턴·프리드먼 의 신방임주의이론이「칠레」 경제를 통해 꽃을 피우는 것일까.
73년 「아옌데」 의 사회주의정권붕괴이후 대기업의 국유화조치에 따른 막대한 재정지출의후유증과 「칠레」의 젖줄인 국제동가격의 폭락까지 겹쳐 국내총생산은 「마이너스」성장을 거듭했고 소비자물가싱승율은 5백8·1%(도매물가 1천1백47·l%)를 기록,「칠레」경제는 극심한 경기침체와 엄청난「인플레」 의 이중고에 휩싸였다.
당면과제인 물가수습에 나선「피노체트」 군사정권은힘으로써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려 했으나 암시장거래만 번성케했다.
연평균 10%이상의 성장을해왔던 농·임·어업부문이「마이너스」14·6%의 성장율 하는등 국내총생산은 「마이너스」외면,실업과 물자부족은 계속 심화됐다.
「칠레」정부는 우선 GNP의 40%까지 차지했던 재정지출을 30%이하로 띨어뜨리고 억제했던물가를 과감히 풀었다.
75년부터는 금융긴축도 병행,「인플레」 상승율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안에서 통화량을 억제하고 금리도 자율화시켰다.
고삐풀린 물가는 다락같이 뛰어 작년1월에는 최고 6백78%를 기록했고 금융긴축에따른수많은 기업도산으로 75년,국내총생산은「마이너스」11·3%라는 최악의 물자부족에 직면했다.
「칠레」정부는 국제동가격상승에 따라 무역수지의 호전 (76년7억「달러」 흑자)에 힘입어대폭적인 수입자유화를 실시,2천4백개품목에 걸친 1만%의 수입담보금제도를없애고 2백%의 관세율을 20%선으로 인하했다.
한편 사회혼란을 막기위해 임금-물가연동제를 실시,전반기의 「인플레」 만큼 명목임금을올려 실질임금 수준을 유지케했고 환율에도 연동제를 적용해 외자유치에 힘썼다.
연간 5억「달러」어치의 농산물을 수입, 식량부족을 해결하는등 75년을 고비로 물가는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고 『「인플레」 가 점차 진정돼간다』 는국민들의 신뢰감 회복에따라 통화의 유통속도도 둔화돼 76년부터 경기회복을 위한 긴축완화의 여유도 다소 생겨나게됐다.
77년들어 성장율 8·6%,물가상승율 66%로 회복세에 들어서 지난해는 7% 성장에3O% 물가상승으로 추계되고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칠레」 경제의 이같이 놀랄만한 경제회복에대해 『계수적인 안정』 이상으로 평가하려 들지않고 있다.
연평균 3백%이상의 엄청난「인플레」 가 3년이상 지속된후의 상승률 둔화란 이미 오를 만큼 다올라버린 물가라는점에서 별의미가 없으며 극심한실업율을 수반한점등이 지적되고 있다.
한때 18·7%까지 기록했던 실업율은 최근까지도13%선을상회하고있어 「칠레」 경제의 최대 난제로 거론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피노체트」정부가 이같은 높은 실업율속에서도 사회적 혼란없이 소신껏 물가정책을 추진할수 있었던 배경은남미인특유의 낙천성 덕분으로돌리는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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