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야 내 무허 암자 단속하자|「무당집」, 주택가로 침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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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연보호 운동을 펴면서 무허가 암자 등을 단속하자 산에서 쫓겨난 무당·점장이들이 도심주택가로 몰려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들의「대이동」은 당국이 산림내 불법건조물을 정비하면서 시작돼 3월말까지의 시한부 정비기간을 앞두고 부쩍 늘어나. 서울을 비롯한 부산·대구·광주·대전 등 대도시 주택가에는 이들 무당을 단속해 달라는 주민들의 진정이 잇닿고 있다.
무당·점장이들은 밤새도록 푸닥거리를 일삼고 있으며 입시와 선거철이 지났는데도 고객들이 계속 밀려들고 있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산림 내 불법건조물은 주로 무당·지성터·굿터·잡신사(잡신사)·암자·기도원 등 전국에 1만4천여개소로 이중 8천7백여개소가 정비됐으며 그대부분이 도심으로 옮겨간 것으로 당국은 보고있다.
이들은 주택가에서 고객들로부터 1만∼20만원의 북채를 받고 점을 보거나 푸닥거리를 하고있으며 지난 입시철은 최고 월1천만원의 수입을 올린 경우도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부터 당국이 자연보호의 하나로 삼각산·관악산·도봉산·인왕산·정능 일대의 무허가 암자·기도원·사찰 등을 단속하자 무당·점장이들이 서울 성북구 정능동·서대문구 의주로 등 주택가에 스며들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안면방해와 어린이교육에 해롭다고 항의하고 있으나 경찰은 규제할 법규가 없다면서 이들을 즉심에 넘기고 있다.
지난 2일 밤새도록 굿을 하다 주민들의 고발로 즉심에 넘겨진 김모씨(56·서울 성북구 정능동)는 16년 동안 삼각산의 토굴 속 움막에서 굿을 해오다 철거당해 주택가에 자리잡은 「케이스」.
그 후 김씨는 집에서 굿을 못하게되자 밤 11시쯤 굿을 하려는 고객과 함께 삼각산의 옛 굿터를 찾아가 굿을 한 후 다음날 상오5시쯤 하산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삼각산에만 매일 굿을 하러 가는 무당이 평균 10명쯤이 된다고 했다.
【대전】당국이 자연보호 운동의 하나로 도내 계룡산국립공원·보문산 공원 등 산림내 불법건축물을 철거하자 무당·점장이들이 대전시내 주택가로 옮겼으며 무당은 1백50여명, 점장이는 1백30여명 등 모두 3백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서민층이 많이 사는 보문공원 입구 대사동·판암동·문화동 지역에 밀집돼있고 중산층 주택가인 삼성동·소제동 지역까지 침범했다.
【광주】무등산 일대에서 활동하던 30여명의 무당과 점장이가 광주시 서구 류동·백운동·서동 등 변두리 주택가로 이주했다.
이들은 광주 외에도 화순·나주·광산군 등의 부녀자들에게 『무등산 산신령을 직접 봐야 효험이 있다』는 등의 말을 퍼뜨려 성업중이다.
5년째 무당생활을 해왔다는 김모 여인(52)은『정착지를 마련해주지 않으니 변두리에 가서 계속 영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종성씨(대한 예수교 장로회 신학 대학장)=사회적으로 불안하거나 국제적인 불안이 조성되면 반사회적인 종교현상과 미신 요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일쑤다. 사회지도층이나 부유층 부인들의 점장이집 출입이 잦은 것도 문제다.
정부나 사회단체에서 좋은「프로그램」을 갖고 교육이나 계몽을 통해 하루빨리 우리사회에서 미신적 요소를 제거해야한다.
▲김해근씨(조계종 중앙 포교사)=당국이 자연보호와 올바른 신앙을 위해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정화작업을 펴 많은 도움을 주었으나 산에서 쫓겨난 무당·점장이들이 주택가로 옮긴 것은 문제다.
당국이 이들에 대한 이주대책을 세웠어야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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