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와지는 「시와 독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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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동안 뜸했던 시집출판이 새봄을 맞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3월들어 시전문 월간지「심상」사는 10권의 신인급 시집을 한목에 발간할 예정(6권은 기간)이며 「문학예술사」에서도 4월중 중견급시인 4명의 시집을 낼 예정이다. 특히 신인들의 시집출간「붐」은 지금까지 문학잡지에 실린 한두편의 작품에 의해서 시인의 재능을 평가하던 비평풍토를 바꾸리라는 점에서 시단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집출판의 80%가 자비출판. 그러나 올해는 정당한 인세와 함께 이름있는 출판사가 출판한다는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기획이 본 궤도에 오르면 외국의 경우처럼 출판사가 시집을 통해 신인을 양성, 성장시키는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보여 작품 활동의 획기적인 전환을 이룰것으로도 기대된다. 최근 간행되는 시집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첫째, 「문학예술」사가 낸 정진규(매달려 있음의 세상) 강우식(꽃을 꺾기시작 하면서) 이탄(옮겨앉지 않는 새) 김종해(왜아니 오시나요)씨등 이미 발표했던 작품들을 새로 정리출판하는 경우, 둘째는 출판사가 「데뷔」 3년안팎의 무명 신인들에게 가능성을 발견하고 시작을 의뢰, 출판하는 경우등이다.
특히 두번째의 경우는 더욱 의의가 있다. 「심상」에서 낸 6명의 시집은 한기팔(서귀포) 한광구(이땅에 비오는 날은) 이명수(공한지) 권달옹(해바라기 환상) 김성춘(방어진시편) 그리고 이태수씨등인데 대부분 70년대후반에 「데뷔」한 신인들이다. 이들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새로운 작품을 독자들에게 「서비스」한다는 것과 이 신작을 통해 시단에서 시인들의 역량을 평가받아보자는 의욕과 또 이런기획을 통해 상업출판으로까지 발전시켜보자는 몇가지 뜻을 지니고 있다.
「심상」사는 이들 시집출간과 합께 시와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각대학을 순례, 독자와의 대학의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 독자와의 대화엔 시집을 낸 6명의 시인이 대학을 찾아가 시의 이해를 돕는 대화를 가질 계획인데 「심상」사로선 지금까지 중요행사로 해왔던 몇 차례의 『시인과 독자와의 대화』가 대단한 성과를 얻은 것을 감안, 독자와 시의 거리를 좁히는데 훌륭한 한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시집엔 또 이들 시인들과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젊은 평론가들의 해설이 곁들여 시의 이해를 돕고있다. 이와함께 시집의 작품들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있는 난해성에서 벗어나 생명에 대한 감수성과 삶의 신비감, 그리고 사들의 정감을 노래하는 것이 주제를 이루가 있다.
출판사에 의한 이같은 시집출판에 대해 평론가 윤재근씨는 『승화된 삶과 영혼의 결정인 시집을 내는것은 시인의 꿈인데 이것을 자비출판이 아닌 출판사서 낸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최근의 어려운 출판여건을 감안한다면 이번 시집출판은 더욱 뜻이 있다』고 했다.
같은 평론가인 이영걸씨는 『문제는 시와 독자와의 거리에 있다』면서 최근 시단의 경향이 난해성에 대한 반성이 일어 「쉬우면서도 좋은시」에 눈을 돌리는 시인이 차차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기회에 『시인들이나 모는 시단체등에서 독자의 폭을 넓히는 행사와 운동을 벌여 독자의 정서를 맑게하는데 시가 큰 몫을 해야할것』이라고 했다. 【김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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