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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김무성의 골육상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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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
강민석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콩깍지로 콩을 태우니(煮豆燃豆?) 콩은 가마솥 안에서 우네(豆在釜中泣) 본래 한 뿌리에서 났건만(本是同根生 ) 어찌 이리도 급하게 볶아대는가(相煎何太急 )

조조의 둘째 아들 조식(曹植)이 지었다는 유명한 ‘칠보시’(七步詩)다. 조조의 뒤를 이어 대권을 잡은 조비(曹丕)는 똑똑한 동생 조식을 시기했다. 트집을 잡아 “일곱 걸음 안에 시를 지으면 살려주고 못 지으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조식이 일곱 걸음을 떼며 읊은 시가 ‘칠보시’다.

 ‘한 핏줄을 타고났는데 왜 이렇게 안달·핍박하느냐’는 원망을 절묘하게 비유했지만 결국 형·동생이 권력을 놓고 싸우던 ‘콩가루 집안’의 노래다. 새누리당 서청원·김무성 의원의 당권 경쟁을 보면서 칠보시가 떠올랐다.

 두 사람은 전두환 정권 시절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의 동지였고, 같은 YS의 상도동계였다. 한 콩깍지 안의 콩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정치의 상도의(商道義)를 무너뜨리고 있다. 가장 뜨악했던 게 서청원 의원의 전과 까보자는 발언이다.

 서 의원은 지난 19일 출마선언식에서 “후보자의 공개하지 못한 전과를 알리자”고 말했다. 기자들에겐 “‘그 사람’ 무슨 전과가 있는지 찾아보라. 알선수재나 더 흉측한 게 있다”고 했다. ‘그 사람’이란 아주 멀게 느껴지는 표현은 김 의원을 가리킨다.

 김 의원 쪽도 이른바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넌지시 대응했다. “대응은 안 하겠지만”이라면서도 “서 의원은 두 번이나 공천헌금 사건 등으로 실형을 살았던 사람”이라는 식이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에 4-0으로 지고 있던 카메룬 공격수와 수비수끼리 상대 문전에서 머리를 들이받으며 싸우는 걸 봤다. 전당대회 후보들이 서로 전과 운운하는 것도 그만큼의 코미디다. 본래 한 뿌리에서 났건만 어찌 그리 들볶아대나. 가령 전과 2범이 전과 3범더러 “네가 더 흉측하다”고 비난한다면 관중은 전과 2범을 승자라고 할까.

 정신 나간 짓이 또 있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여의도의 한 보리굴비집에 현역 의원들을 대거 불러모았다.

 서 의원 측이 “김 의원이 저녁 자리에 30여 명의 현직 의원을 줄 세워 최소 500만원을 썼다”고 비난하자 김 의원 측은 언론에 ‘30명은 무슨 30명. 91명이나 왔다’고 숫자를 정정해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정말 많이 모았다. 국민이 참 “잘했군, 잘했구려”라고 할 것 같다.

 지금처럼 제동장치가 풀린 모습이라면 새누리당 당권 경쟁은 다음 코스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일단 ‘검증’이라는 명분을 얹어서 더욱 거세게 치고받을 것이다. 고소·고발이 있고 검찰이 심판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지저분한 먼지가 뿌연 가운데 경선은 끝난다. 진검 승부는 그때부터다. 작렬하는 뒤끝으로 경선 2위는 호시탐탐 1위의 낙마를 노리고 틈만 나면 흔들어댈 것이다. 이런 집안을 사람들은 흔히 ‘콩가루 집안’이라 부른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새누리당 전신 한나라당이 그랬다.

 누구도 예상할 수 있는 미래를 서·김 의원만 모르는 것 같다.

 6·4 지방선거 때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마케팅 하나로 낙동강 전선에서 기사회생하고, 인천을 구해 겨우 무승부에 성공한 새누리당이다. 선거만 있으면 또다시 박 대통령더러 눈물을 흘려 달라고 할 건가.

 여당의 불행이 국민의 행운이라면 자기들끼리 콩을 볶든 태우든 무슨 상관이랴. 하지만 이 순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위로와 국가개조, 정당 혁신의 꿈이 모두 빛을 잃고 있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 무대(무성대장)라 불리는 김무성 의원. ‘닥치고 네거티브’를 멈추고 맏형답게 잠시 호흡을 조절해야 한다.

 천천히 일곱 걸음을 걸으며 생각해보라. 지금 재산을 놓고 골육상쟁(骨肉相爭)할 때인지. ‘칠보시’를 떠올리며 걸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뼈(骨)와 살(肉)의 싸움은 피를 보고 만다.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