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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갈등, 한국IBM에 불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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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로 내분에 휩싸인 국민은행이 23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 전산시스템을 유지·보수하고 있는 한국IBM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로 했다.

이는 IBM 메인 프레임 대신 유닉스 시스템으로의 교체를 결정했던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주도한 것이다. 사외이사들은 내년 7월 이후 IBM의 전산시스템을 계속 사용할 경우 국민은행이 매월 89억원의 할증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기존 계약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의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은 충분한 검토와 검증을 거쳤다”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김중웅 이사회 의장은 "그간 한국 IBM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과도하게 누려왔다”며 "이번 신고로 IBM에 태도가 달라지고 내부 갈등도 빠르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의 문제점을 주장하면서 금융감독원에 검사를 요청한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정병기 감사는 이번 안건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호 행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안건이 논의된 형식상의 문제를 비롯해 시스템 전환관련 의사 과정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반대했으나 표결에 부쳐졌다”며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이미 나와있는데 지금 공정위에 신고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법무팀은 이번 사안은 공정위 신고 대상이 아니며 한국IBM으로부터 명예훼손을 당할 수 있다고 보고했지만 사외이사 측에서 따로 법률 고문을 선임해 검토한 후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전산시스템 교체 절차와 관련해 불법 행위를 한 임직원을 징계할 예정이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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