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이 중국 짝퉁일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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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웅진식품 ‘자연은’ 알로에주스는 토종 브랜드임을 앞세워 2008년부터 중국 수출을 시작했다. 출발은 경쾌했다. 첫해 60억원, 2009년엔 단일 주스 제품으론 최초로 그해 113억원까지 수출량이 늘었다. 그러나 중국산 짝퉁(모방) 제품들이 속속 매대에 오르면서 상황이 틀어졌다. ‘자연운’ ‘자연응’ 등등 3분의 1 값에 불과한 중국 짝퉁 제품의 등장에 2010년엔 매출이 86억원, 2012년엔 4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자연은’에 한 획을 더했을 뿐 똑같아 보이는 ‘자연운’이란 한글 글씨를 짝퉁 업자가 2009년 5월 자신의 라벨 디자인권으로 출원한 것. 웅진식품 측은 “자연은의 중국어 브랜드만 상표권 등록하면 된다고 생각해 같은 해 1월 했는데, 한국어 글씨와 포장 겉면을 디자인권으로 짝퉁이 낚아챌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피해가 커지자 웅진은 2010년 12월 보다 못해 중국 법원에 한글 상표 ‘자연운’ 디자인권을 가진 짝퉁 제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조인 자신들의 디자인권을 인정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웅진은 이의 증거로 2007년 한국 신문에 게재된 ‘자연은’ 신문광고 복사본과 TV광고 화면을 제출했지만 중국 법원은 “사본은 안 된다, 원본을 내라”고 명령했다.

 주요 도서관과 자료실을 뒤진 끝에 원본을 찾아낸 웅진식품 측은 엎치락뒤치락하는 3년6개월 만의 소송 끝에 최근 최종심에서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자연운 측의 ‘자신들이 먼저 출원했고, 획 하나만 다르니 자연은의 디자인권을 인정해주지 말라’는 주장을 중국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자연은’ 디자인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소송에 웅진 측 대리인으로 참여한 중국 베이징 리팡 법무법인 한영호 변호사는 “비슷한 짝퉁업자들에게 견제 효과가 생겼다”며 “앞으로 비슷한 짝퉁에 대한 고발 및 행정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농심의 신라면과 오리온 초코파이도 짝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현지 전문 업체들을 고용해 증거 수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빙그레 바나나우유는 지난해 250억원의 매출을 중국에서 기대했지만 짝퉁의 ‘집중 공격’을 받아 1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빙그레 측은 “생긴 게 비슷하지만, 아주 똑같진 않아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유통·식품 기업 중에선 이랜드가 자사 짝퉁 제품 판매를 방치하던 쇼핑몰 ‘타오바오’를 상대로 고소해 6년 만인 2012년 최종 승소하기도 했다. KGC인삼공사는 ‘정관장’을 베껴 ‘정한장’을 만든 광동정한제약을 상대로 중국 법원에서 2심까지 간 결과 같은 해 10월 21만5000위안(약 3700만원)의 손해배상과 신문 사과광고 게재 명령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이 짝퉁을 상대로 중국 법원에서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의외로 적다. 한국지식재산협회 이용구 사무국장은 “소송 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들어 피해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소송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다행히 짝퉁 제품에 관대하던 현지 분위기가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중국 내수 기업들도 짝퉁 피해를 호소하자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중국 짝퉁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적극적인 단속 요구와 더불어 상표권·디자인권 같은 독점 권리를 중국에서 확보하는 게 필수다. 특허청 산하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추형준 팀장은 “절대 중국 시장 진출 전까지 기다리지 말고 수출 수년 전에 미리 등록해놓아라”고 조언했다. 일단 빼앗긴 권리는 다시 찾아오기 힘들다. 지루한 소송이 몇 년간 이어질 수 있다. 추 팀장은 “제품 겉면 디자인과 한글 로고 등까지 등록해놓아야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력이 되지 않는 중소기업에는 해외 상표권과 디자인권 등록을 간단한 심사 절차를 거쳐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답:세 제품 모두 오른쪽.)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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