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안전「벨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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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의 생명의 안전을 지키기위해 의무적으로 부착하라고 하는 각종 차량의 안전 「벨트」에 불량품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사실이다.
작년2월25일에 개정된 도로운송차량보안규칙에 의해 시내「버스」등 일부 승합자동차를 제외한 20여만대의 각종차량에 좌석안전「벨트」부착이 의무화되었음은 최근보도와 같다. 그런데 그사이 1년이나 유예기간이 있었는데도 별다른 계몽활동이 없었음은 물론, 실제 안전검사를 받은 제품이 불량제품보다도 훨씬 적었다는 최근보도는 또 어찌된 일인가. 우리는 법령으로 의무화시킨 안전「벨트」의 규격이 어떤 것인지조차 아직 모르고 있는터에 그나마 시중에서 판매되고있는 15개회사제품가운데 공업진흥청의 안전도 검사를 받은 것은 오직 3개 회사뿐이라는 보도는 참으로 이해할 도리가 없다.
도시 법규를 제정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규격의 제품을 부착해야하며, 검사때는 또 어떤 점을 검사하는 것인지 자세한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라 할 수밖에 없다.
관계법규에 규정된 기준을 보면 ①『충격을 받을 때 받는 하중을 충분히 견딜수 있을것』 ②『진동·충격으로 이완되거나 변형되지 않을 것』 ③『붙여진 「벨트」가 유효하게 작동되는 위치에 붙일 것』 ④『승강으로 인한 손상이 없고 또한 승강에 지장이 없는 위치에 붙일 것』 ⑤『쉽게 탈착할 수 있고 그 길이를 조절할 수 있어야할것』등으로 돼있다.
이같은 기준은 얼핏 보기에 그럴둣하지만 그것이 어찌 국민에게 특정한 의무를 부과하기 위한 법규범으로서 충분한 것이 될 수 있겠는가. 왜냐하면 이 법규에는 충격의 구체적인 강도, 「벨트」자체의 탄력성, 고리쇠등 부속품의 견고성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하나도 명시돼 있지않아 모호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시중에 불량「벨트」가 대량범람하고 있다는 것은 이같은 법규의 미비 못지않게 당국의 계몽부족에도 그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메이커」둥 일부를 제의하고 우리는 도로운송차량보안규칙이 개정되어 안전 「벨트」 부착이 의무화됐다는 사실 조차 그것을 최근에야 알게 됐었다. 실상 지난2월9일 충남 천원군 경부고속도로상에서 승용차와 고속「버스」가 충돌한 사고가 발생했을때 안전 「벨트」를 맨 승객이 모두 무사했다는 결과보도와 함께 이같은 법규가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된것이 대부분의 국민들이었을 것이다.
이 사고를 계기로 당국이 안전「벨트」없는 차량에 대한 단속을 2월26일부터 강행한다고 돌연 선포함으로써 갑자기 안전「벨트」의 수요를 격발함으로써 드디어는 불량품이 양산되기에 이른 것이 아니겠는가.
이미 안전 「벨트」부착을 의무화한 구미각국은 시행전은 물론 현재까지도 안전「벨트」착용에 대한 꾸준한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고, 이를 의무화하지 않은 일본은 앞으로 의무화할것에 대비, 3년전부터 지도계몽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겨 거의 아무런 사전계몽도 없이 불쑥 의무화를 강행하려는 우리나라에서 갖가지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일이다.
끝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벨트」를 비롯한 각종 공산품에 대한 철저한 검사제도의 실시와 1백%의 공신력이 있는 공산품검사기관을 운영하는 일이라 하겠다. 이는 모든 공산품의 신뢰도를 높이는 전제조건일 뿐더러 그 자체가 우리나라 공업생산의 건실한 발전기반을 마련해주는 당위인 것이다. 부안하기짝이 없는 안전 「벨트」가 검사에 합격했다거나, 그런 검사조차 통과하지 않은 조악품이 맘대로 시판된대서야 한국공산품이 자기를 주장할 여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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