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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개성」이 전부일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최근 우리 미술계에는「파리」 국제미술전을 계기로 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논란을 발단으로 화단일각에서는 미협과 국제전을 둘러싼 어떤 응집된 요소가 노출되고 있지않나 하는 느낌들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한 문제를 두가지측면에서 본다면 하나는 미술의 국제성과 한 국가·민족의 「오리지낼리티」의 조우에서 야기되는 문제라 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주로 미협을 중심으로 국제전을 주도, 출품한 이들에 대한 납득할만한 해명과 각성을 요구하는 의미가 쟁점일 것이다.
문제가 어디 있든지 간에 정신문화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미술계일각에 사실을 외면하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차분히 개선되지 않으면 안된다.
논란의 발단은「파리」국제전에 대한 현지로부터의 부정적 반응이었다.『서구 흉내만 낸 한국출품작』이니 하는 말들로 전람회가 성공적이 아니었다는 보도들에 대해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참가자의 한 사람인 심문섭씨는 「파리」국제미술전의 좋지 않은 성과를 전시장 (그랑팔레)의 초라함이나 추운 날씨에 돌리는가하면 함께 출품한 다른 나라의 수준을 비하하려는 옹졸한 변명마저 하고 있다. 또한 심씨의 글 가운데는 『75, 76 「카뉴」 회화제에서 두 번이나 국가상을 수상한 영광을 누렸다』는 대목이 있다. 그런데 실상 그 국가상이란 것은 40여개 참가국 중 1,2,3등에 들지못했을 때 서 너 나라를 제외한 30여개국에 골고루 나누어 주는 「참가상」같은 것이라고 필자는 알고 있는 것이다.
한편 작품에 대해서도 심씨는 『같은 시대의 민족은 집단 지향적이고 동질적인 표현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고 밝히고 있으며 평론가 오광수씨는 『우리에게는 독특한 발상법과 그것을 전개시키는 방법의 모색이 뚜렷한 「집단개성」으로 나타났으며 바로 이점이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으로 점지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집단 지향적인 동질표현이라고 말하는 소위 「집단개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 이것이 과연 박서보씨의 말대로 『현대한국미술의 신선한 세계관』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우리는 이들의 「집단개성」이라는 표현이 현지에선 「획일적」이고 『「그룹」전 같은 인상』이란 평을 듣게된 요체였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장·도미니크·레」씨의 평을 보면 『한국 작가들의 그림은 「르·피가로」지가 지적한대로「모노크롬」(단색조)의 단일성이 특징이라』고 되어있고 또 그곳 두 사람의 비평가가 한결같이 지적하는 것은 『한국작품이 서양미술을 모방하고 있고 독창성이 결여되어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러한 「집단개성」이나 「획일적」 혹은 「동질의것」들에 대하여 그 정당성을 철저하게 부정하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예술맥락의 보편적 질서인 다양성과 독창성을 생각지 않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즉 전통개념에 대한 새로운 질서의 모색이란 차원으로 눈을 돌려볼 때 그들이 말하는 것에 반대되는 것을 협소한 국가주의나 개인적 「이미지」의 낙후성으로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배제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예술의 독창성 내지 민족성을 생각해 볼 때 평론가 박용숙씨의 글 (신동아 3윌호)도 음미해 볼만하다.
박씨는 『그쪽 사람들이 알아듣든 못 듣든 순 우리말(미술)을 가지고 가서 지껄이는 것이 한결 더 보기가 좋았을 것이다』『문제는 현대 미술이란 결코 국제주의적 양식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민족적인 양식이 곧 국제적인 미술이 될 수 있다는 논리가 다시 한번 재확인되는 셈이다』고 말하고 있다.
필자가 「파리」 국제미술전의 「팸플릿」에 소개된 그림을 보고 느낀 것은 한국외의 대부분 나라들의 작품들에서 우선 다양성과 그 나라들의 특성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더우기 적지 않게 형상성이 있는 작품들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 형상성(이미지)을 담고있는 작품들은 소위「집단개성」·탈「이미지」등을 주장하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국제전 참가가 완전히 봉쇄당하고 있지나 않은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집단개성화」된 비구상회화는 현대미술이라는 다양화되고 분화되어있는 흐름에서 한 일면일 뿐 현대미술 사조의 전부가 아님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왜 자유로운 예술정신에 「집단개성」과 탈「이미지」등의 제복을 입혀 획일성을 강조(백색등)하고 그것만이 한국 현대의 대표적 미술 경향으로 대변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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