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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붐」의 퇴조경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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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동건설경기가 78년을 고비로 점차 하강하는 징후가 보이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의 특별한 관심을 끌만하다. 이 같은 소식은 금년 들어 수출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가운데 수입이 부쩍 늘고 있다는 며칠 전의 보도(본보2월22일자)와 함께 장·단기 국제수지전도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 주고 있다.
한국외환은행이 중동12개국의 공공 및 민간건설 지출동향을 토대로 해서 내린 이 건설경기하강진단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아직도 크게 염려 안해도 될 것 같은 일면이 남아 있긴 하다.
지출규모가 가장 크고, 우리 나라 건설업계를 위해서도 몫이 제일 큰「사우디아라비아」의 그것은 지난해에도 착실히 증가세를 보여준 점이 바로 그것이다.
또 이 하강진단은 어디까지나 중동각국의 총체적인 지출고 동향을 반영한 것으로서, 그런 추세가 우리 건설업계의 수주동향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유추할 수는 없다.
얼마 전 외신은 한국이 지난해에 중동에서「프랑스」와 미·일을 모두 누르고 제1위의 수주고를 올렸다고 전하기도 했다.
물론 중동「붐」이 언제까지고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젠가는 종말이 오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을 하고 있었던 사실이기도 하다.
단지 적어도 향후 5년간, 길면 10년간은 걱정없지 않겠느냐는 기대와 예측이 지배적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진단은 어쩌면 중동「붐」의 종말이 예상보다 빨리 닥칠지 모른다는 예고가 아닌가 여겨지며, 따라서 미리부터 그와 같은 사태에 대응하는 지혜를 정부당국과 업계에 당부하고 싶다.
하긴 ??년의「오일·쇼크」에서 점화된 중동건설경기는 만5년이 경과한 지금 여러모로 달라질 소지를 함축하고 있다.
그간의 엄청난 개발투자로 많은 산유국에서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으며, 「이란」과 같이 정치적 격변으로 당분간 투자를 정지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공업화의 감속이 예상되는 나라가 생겨났는가 하면, 또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몇몇 나라들은 자원보존의 관점에서 석유생산량을 축소 조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 건설경기퇴조는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구·미·일 각국의 수주경쟁을 그만큼 더 격하시킬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주경쟁은 금년 들어서는 이미 한국업체간에, 그리고 제3국 업체를 상대로 가열되고 있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터다.
그런 까닭에 정부와 업계는 우리 나라 업체들 사이에서만 이라도 과당경쟁을 조절, 냉각시킬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강구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 건설투자가 종래의 항만·도로 건설 등의 노동집약적 토목공사에서 「풀랜트」건설과 같은 고도의 기술및 자본집약적 「프로젝트」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여, 중동각지에 진출해 있는 많은 인력의 활용대책과 함께 이제까지와 같은 인력중심의 건설진출방향에 수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아프리카」 혹은 남미 등으로 건설시장의 다변화를 꾀하는 노력도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역시 중동경기하강조짐과 관련해서 무엇보다도 긴요한 것은 그것이 장차 우리의 국제수지에 미칠 영향에 대응하는 제정책의 조정과 탄력성 있는 운용일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사는 오늘, 중동 「붐」이야말로 불확실한 것임을 잊지 말도록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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