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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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린이들의 장난에 「땅뺏기」란게 있다.
땅위에 출발점을 하나 마련해 놓는다. 그리고 그 점위에 엄지손가락을 대고 한뼘길이를 빙그레 긋는다.
그 다음에 또 아까 손끝이 그어놓은 선상에 엄지 손가락을 놓고 다시 한뼘을 긋는다.
이렇게 해 나가면서 누가 더 멀리까지 영토를 확대시켜 나가느냐는 장난이다.
우리네 학군제란 이를테면 이런 땅뺏기 놀이와드 같다고나 할까.
가령 집이 사직공원앞에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 집 아이가 공교릅게드 그 학군에서 제일 먼 세검동끝에 있는 중학교에 배정되었다고 치자. 그렇게 되면 그 아이는 3년동안 울면서라도 만원「버스」에 매달려 통학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 학생의 고등학교배정추첨이 또 며칠전에 끝났다. 이번에는 같은 학군이라해서 서대문끝에있는 학교에 걸렸다. 이번에는「버스」를 두번 갈아타야 하게됐다. 관계당국은「컴퓨터」는 공정했다고 관계자는 풀이했다.
거주지중싣이 아니라 출신학교중심의 배정원칙에 잘못이 있었다는 얘기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성동구에서는 「버스」를 세번이나 갈아타야하는 새 고교생들이 몇백명이나 생겨났다.
학교분포가 고르지 못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어느 관계자는 또 말했다.
그건 하늘을 향해 침 뱉기나같은 얘기다.
그동안 당국은 무턱대고 학교의 강남이전을 권장했다. 이 바람에 서울의 도봉구나 성동구는 갑자기 시설이 부족해지고, 강남구도 시설의 편재로 큰 곤욕을 치르게됐다. 광화문중심의 공동학군에선 학생수가 모자라 걱정이다.
하기야 당국으로서도 딱한 사정은 많을 것이다. 서울시내의 학생수만도 1백90만명, 교사수도 3만5천명이 넘는다.
지금의 알량한 예산과 인역으론 모두에게 만족을 줄수 있는 계획을 세울 여유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국민학교꼬마가 통학「버스」에 1백20∼1백30명씩 매달려 타고 다닌다 해도 못본체 하는 수밖에 없다 할지 모른다.
이번 고등학교 추첨에서도 3분의2이상이 그럭저럭만족스럽다면 다행스럽단말도 나올만하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될것이마. 단 한명의 어린이에게도 참기 어려운 고통을 주어서는 안되는게교육의 정도일 것이다.
만약에 지금의 제도로써는 어쩔수 없다면 그 제도를 바꿔야한다. 사람위에 제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공정이 문제된다지만 제도룰 기계적으로 적용시키라는 얘기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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