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짜리 용지는 100% 면 … 8단계 공정 45일 걸리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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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3일은 5만원권 지폐가 발행된 지 딱 5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해 한국조폐공사가 5만원권을 만드는 경북 경산 공장을 지난 19일 언론에 공개했다.

 예상대로 보안이 삼엄했다. 출입은 엄격히 통제됐고, 근무자들의 작업복에는 주머니가 없었다. 만에 하나 돈이 외부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내부에는 500여 개의 폐쇄회로TV(CCTV)가 24시간 구석구석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부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대부분의 과정이 자동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5만원권 한 장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일이다.

100% 순면으로 제작된 용지에 위조방지 장치를 포함한 배경 이미지를 인쇄하고 홀로그램을 부착하는 등 모두 8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김완종 조폐공사 인쇄생산관리 차장은 “인쇄 이후 지폐를 말릴 때 변형을 막기 위해 자연 건조를 해야 하는데 이 공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건조 후 지폐마다 일련번호를 인쇄하고 포장하면 5만원권 제작이 끝난다. 5만원권 한 장의 제조 원가는 150원 정도다.

 공장 안이 한산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5만원권 때문이다. 5만원권 발행 이후 1만원권 같은 낮은 단위의 지폐 수요가 크게 줄었다. 또 조폐공사의 또 다른 주력 사업인 자기앞수표 발행량을 줄이는 결과도 가져왔다. 신용카드 사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도 조폐공사 입장에서는 악재다. 2009년 9억9000만 장에 달했던 화폐 제조량은 다음 해인 2010년 5억 장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지난해 제조량도 5억8000만 장으로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액면가가 아니라 찍는 돈의 양에 따라 수익이 좌우되는 공사로선 반갑잖은 상황이다.

 조폐공사는 사업 다각화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김화동 사장은 “태국과 리비아에 동전인 주화를, 인도네시아엔 은행권 용지를 공급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페루 화폐를 완제품 형태로 수출하기 시작했다”며 “현재 백화점 상품권과 우표, 주민등록증과 전자여권을 포함해 69종의 제품을 생산 중”이라고 말했다.

경산=안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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