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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술 마신 후 얼굴 빨개지면 음주량 줄이고 금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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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술을 마시면 금세 얼굴이 빨개지거나 가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이 있다. 피부가 빨개지는 이유는 알코올 독이라 불리는 아세트알데히드 축적 때문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우리 몸이 섭취한 알코올이 간에서 변환한 것이다. 이 물질은 또 다른 효소(ALDH)에 의해 다시 독성이 없는 아세트산으로 신속히 변환해야 건강에 해롭지 않다.

술 마신 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아세트알데히드를 신속히 분해하는 ALDH를 생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비활성 ALDH가 있는 것이다. 이들은 알코올 섭취 후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가 정상 효소를 보유한 사람의 6~7배 상승한다.

비활성 ALDH효소는 주로 아시아인에게 많고, 한국·중국·일본 전체 인구의 30~40%에 육박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8% 정도다. 서양인과 아프리카인은 드문 편이다. 술 마시고 얼굴이 빨개지는 현상을 아시안 플러시(Asian Flush)라고 부르는 이유다.

문제는 아세트알데히드가 독성 물질(세계보건기구 발표 1급 발암물질)이라는데 있다. 이 물질은 알코올이 통과하는 구강과 식도, 간에서부터 혈류를 통해 전신에 퍼져 독성 작용을 나타낸다. 활성산소를 만들어 DNA와 각종 세포 속 소기관 및 주요 단백질을 변형시킨다. 머무르는 부위에서 암을 유발시킬 수 있고 노화에 영향을 준다.

설사 음주를 거의 안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술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아세트알데히드를 비롯한 알데히드 계열 독성 물질에 노출된다. 대표적인 것이 흡연과 자동차 매연이다. 흡연 중에 침샘의 알데히드 농도를 재보면 적당량의 음주 후 측정한 농도에 비해 최대 8배까지 높다. ALDH 효소의 활성이 약한 사람은 알데히드의 분해가 더뎌 구강과 식도의 점막에 매우 높은 농도의 알데히드가 잔존할 가능성이 크다.

요코야마 박사는 2009, 2010년 활성이 약한 ALDH 효소를 보유한 사람은 적당량의 음주를 하더라도 식도암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음주와 흡연을 동시에 할 경우 위험은 더 높아진다. 음주 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알코올 섭취량을 확 줄이고 담배를 끊어야 한다. 당장 실천할 수 없다면 외부에서 ALDH 효소를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보승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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