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하늘’은 우리 편 … 유럽 도박업체도 모두 “한국 이긴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80호 23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9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포스두이구아수 플라멩고 스타디움에서 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대표팀은 23일 오전 4시(한국시간) 알제리와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경기를 치른다. [뉴스1]

기자는 알제리와 브라질 월드컵 본선 H조 조별리그 2차전(한국시간 23일 오전 4시)이 열리는 포르투 알레그리에 한국대표팀 입성 이틀 전인 19일에 도착했다. 대표팀의 베이스캠프가 있는 이구아수와의 거리는 596㎞다. 전세기로 1시간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내일 새벽 알제리전, 16강 갈림길

 포르투 알레그리는 대서양이 인접한 항구도시다. 수퍼모델 지젤 번천과 브라질 첫 여성 정상인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의 고향인 히우그란지 두술 주(州)의 주도이기도 하다. 시 관광청이 발행한 안내 자료에 따르면 6, 7월 평균 기온은 15도로, 꽤 쌀쌀하다. 러시아와 1차전이 열리는 내륙도시 쿠이아바(30도)와 견줘 10도 이상 낮다. 알제리전 킥오프 시간 즈음 기온은 18도 안팎으로 예상된다.

 이 도시는 포르투갈과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이민자들에 의해 건설됐다. ‘브라질 내 작은 유럽’이라는 시 관광청 가이드북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국과 알제리의 H조 2차전이 열리는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은 구아이바 강가에 자리잡고 있다. 경기장 외관은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폴란드를 꺾고 사상 첫 승을 거둔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과 흡사했다. 이 경기장은 1969년 개장 후 브라질 프로축구 명문 인터나시오날이 홈구장으로 쓰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을 위해 스탠드에 철골 지붕을 덮는 등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실시했고, 지난 4월 재개장했다.

 잔디 상태는 열악했다.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브라질 월드컵 개최 경기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부 평가에서 잔디 상태에 문제가 있는 7곳에 포함됐다. 지난 18일 한국-러시아전이 열린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경기장도 그라운드 곳곳이 파여 우리 선수들이 패스 게임에 어려움을 겪었다. 손흥민(26·레버쿠젠)은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볼이 불규칙 바운드를 일으키다보니 정확한 슈팅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이라히우 주경기장 관계자는 “지난 16일 E조 프랑스-온두라스전(프랑스 3-0승), 19일 네덜란드-호주전(네덜란드 3-2승) 등이 잘 치러졌다. 잔디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지난 16일 프랑스-온두라스전 킥오프 직전에는 오디오 시스템이 고장 나 국가 연주를 하지 못한 채 경기에 돌입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한국은 H조 조별리그를 2위로 통과하면 이 경기장에서 16강전을 치른다.

알제리 역습에 대비한 전술 훈련 집중
H조는 모두가 한 경기씩을 치른 현재 벨기에가 승점 3점으로 선두에 올라 있다. 한국과 러시아가 승점 1점으로 공동 2위, 알제리가 최하위다. H조 최강자 벨기에와 3차전에서 맞붙는 한국은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 승점 3점을 얻어 16강행 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팀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지난 18일 러시아와의 첫 경기(1-1무)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20일 대표팀 베이스캠프 이구아수에서 만난 한 선수는 “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우리 팀의 조직력을 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치른 가나와의 평가전 완패(0-4)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월드컵 본선 출전 경험이 일천한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만으로 세계 무대에 어울리는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을지 스스로 믿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러시아전이 이런 불안감을 모두 씻어줬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회복한 축구대표팀은 19일부터 21일까지 이구아수에 머물며 알제리와의 2차전을 준비했다. 전형과 전술의 뼈대는 러시아전과 동일하게 가져갈 전망이다. 대신 상대 역습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대표팀의 전술 훈련을 책임지는 안툰 두 샤트니에 코치는 “알제리는 기본적으로 카운터어택 위주의 팀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와 비슷하다”면서도 “러시아에 비해 역습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우리는 미드필드진과 수비진의 간격을 더욱 좁혀 공간을 내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90분 내내 일정한 전형을 유지한다면 우리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에게 알제리 분석 자료를 일찍 보여주지 않았다. 상대 선수들의 특징을 분석하는 비디오 미팅은 경기 사흘 전인 20일에 실시했다. 축구대표팀 관계자는 “상대의 특성에 대비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알제리전에서도 우리가 경기 주도권을 잡고 상대의 실수를 유발해 승리를 거머쥔다는 게 홍 감독의 기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상대 실수 유발해 승리 거머쥐겠다…
알제리는 지난 18일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다가 1-2 역전패를 당했다. ‘알제리의 지단’이라 불리는 소피안 페굴리(발렌시아), 오버래핑이 능한 풀백 파우치 굴람(23·나폴리) 등이 경계 대상 1순위로 꼽힌다.

 한국-알제리전에는 콜롬비아 출신 심판진이 나선다. 윌마르 롤단(34) 심판이 주심으로, 크리스티안 레스카노 심판과 에두아르도 디아스 심판이 각각 1부심과 2부심으로 나선다. 롤단 심판은 홍명보호와 악연이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영국 단일팀과의 8강전 주심으로 나서서 한국에는 4개의 옐로카드, 영국에는 2개의 페널티킥 찬스를 줬다. 당시 한국은 천신만고 끝에 승부차기에서 승리해 준결승에 올랐다. ‘롤단 사단’은 지난 14일 멕시코-카메룬의 A조 1차전에서 멕시코 지오반니 도스 산토스(25·비야레알)가 터뜨린 두 번의 득점을 오프사이드로 선언해 오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손흥민(22·레버쿠젠)·기성용(25·스완지시티)·구자철(25·마인츠)은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옐로카드를 받았다. 알제리전에 경고가 더해지면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 나설 수 없다.

 한국은 지난 60년간의 월드컵 도전사를 통틀어 본선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승리가 없었다. 앞서 출전한 8번의 월드컵 2차전 전적이 4무4패다. 유럽의 주요 베팅업체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2차전 징크스를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 베팅을 개설한 25곳의 업체 모두가 알제리전에서 한국의 승리를 점쳤다. 윌리엄힐은 한국 승리에 1.3배, 무승부에 2.1배, 알제리 승리에 2.3배의 배당률을 제시했다. 1000원을 가지고 한국 승리에 베팅해 맞히면 1300원, 알제리 승리를 맞히면 23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배당이 낮을수록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한편 벨기에와 러시아는 한국-알제리전 3시간 전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2차전을 치른다. 벨기에가 승리해 2연승으로 16강행을 일찌감치 확정 짓는 게 우리에게 유리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