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치는 불량 「카세트·테이프」|동화·설교·서예강습용까지…|단속법 허술… 몇번 들으면 소리 잘 안나는 것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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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용으로만 이용되던 「카세트·테이프」가 어학교재, 어린이를 위한 동요나 동극, 불경·성경보급등으로 널리 활용, 「오디오」산업의 총아로 등장하고 있다.
전자업계의 추산으로 「카세트」 녹음기는 수출을 제외하고 월간 10여만대가 팔리고 있으며 녹음되지 않은 빈 「테이프」 생산은 월간 3백80여만개, 연간 4천5백여만개가 소비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카세트·테이프」의 종류는 ⓛ음악감상 ②외국어학습 ③어린이 동요와 동극 ④불경·목사의 설교등 선교용 ⑤요리·꽃꽂이·서예강좌둥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있다. 「테이프」의 대량보급과 함께 문제되고 있는것이 품질문제. 대부분 저질의 무허가제품이 판을치고 있는 실정이다. 어린이옹의 경우 질이 조잡한데다 한가지 이야기의 전래동화가 「테이프」의 종류마다 그 내용이 조금씩 달라 비교육적인 형편이다.
가정주부 이인순씨(34·서울서대문구불광동)는 『틀린 문장이 많은데다 표현마저 거칠며 동화의 내용을 멋대로 뜯어고쳐 어린이들의 정서를 오히려 해치고 있다』고 했다.
『토끼와 거북』(별주부전II 토끼전)의 경우 「거북」을「자라」 로 표현하는가하면 『콩쥐팥쥐』에선 계모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서 떨어져 죽는등 내용도 변조되었을 뿐아니라 잔인하다는 것이다.
문공부·공연윤리위·음반협회가 공동으로 최근 3개월동안 단속한 결과 서울에서만 3천여개의 불법 「테이프」를 적발했다. 그러나 이것은 공공연하게 내놓고 팔다가 적발된 것들이고 이러한 불법제작물들이 암매되고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에 적발된 수량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것이 관계자들의 견해다.
저질·불법 「테이프」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것이 외국어교재 「테이프」 다. 어학 「테이프」는 대부분 외국과 판권계약이 없는 불법복사의 해적판으로 질이 나쁜 음질, 외국저작권자에의한 항의·제소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영어의 경우 일본서 제작된것을 그대로 복사, 고유명사(인명·지명)가 완전히 일본식으로 되어있어 사용자들을 당황하게한다.
회사원 박용덕씨(29)는 『인쇄교재에는 「서울」이나「명동」으로 번역돼 있으나 「테이프」엔 「도오꾜」·「긴쟈」가 그대로 발음되에 어리둥절했다』며 특히 다도등 일본고유의 생활관습을 그대로 설명하고 있어 불쾌했다고 덧붙였다.
국제저작권협회에 가입하지 않고있는 우리나라 여건에선 일반도서를 비롯한 각가지 저작권이 거의 대부분 정식판권 계약없이 간행되고있는 실정.
따라서 음성(테이프) 교재업계도 출판계와 마찬가지로 외국것을 아무런 계약없이 임의로 복사,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테이프」의 경우는 녹음상태가 어느정도냐 하는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좋은 성능을 유지하는 결정적인 요소인 「오리지널·마스터·테이프」는 외국과의 정식판권계약 없이는 들여올수 없으므로 대부분의 국내 어학 「테이프」는 복사된 「테이프」를 다시 복사하는 것으로, 자연 저질·조잡품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 외국과 정식판권계약을 체결해 외국어 교재를 펴내고 있는곳은 소리출판사(「리젠트」 사), 시사영어사(「맥밀런」 사), 한국 「브리태니커」(미 「브리태니커」 사) 등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불법·복사품이다.
불법 「카세트」가 대량 제작되고 많이 팔리는 까닭은 각 전자회사들이 「오디오·시스팀」을 크게 개발, 개인적인 제작이 쉬워졌기 때문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다른 하나는 단속에 걸리더라도 처벌(벌금·영업정지)이 약한데다 이윤의 폭은 정상적인 것보다 훨씬 넓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이 저질의 값싼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몇차례 듣고 나면 폐품이 된다는 사실을 수요자들은 알수가 없다.
따라서 수요자들은 어린이나 음악용은 문공부에 등록된(등포규ㅛ시가 겉면에 인쇄돼 있음) 「레코드」회사의 것을 골라야하며 어학교재용은 외국과 판권계약이 되어있는것인가를 확인해야한다. 이런 표시가 없으면 대부분이 저질복사품들이다.
이러한 불법·저질 「테이프」를 막기위해 문공부는 공윤으로 하여금 외국어교재의 심의엔 판권계약서 첨부를 강화토록해 불법복사판의 남발을 규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