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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좋으나 설득력 모자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장편소설에 걸맞는 주제와 짜임새와 성격묘사를 갖추지 못한 상당수의 응모작품을 재치고 두 작품이 끝까지 우리들의 검토대상이 되었다.
『유목민』은 사회의 주변적 인물들의 삶의 애환을 비교적 착실하게 다루고 있고 성격묘사에 있어서도 공을 들인 흔적이 완연하였다. 문장 면에서 대체로 무난하지만 부담 없이 읽히고 오다가다 재치 있는 번뜩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활기 없고 기복 없는 연대기적 서술 후반부에서 보여준 「멜러드라머」로의 경사, 여승의 출몰에서 드러낸 당돌함이 이 작품이 거둘 수 있었을 사실적 효과를 크게 감소시키고 말았다.
이에 비하면 『맥의 초상』은 구성과 짜임새에 있어서 장편소설다운 강치를 요령 있게 마련해 보인 셈이다. 그러나 여주인공과 강교수와의 만남이나 교제가 필연성과 설득력에 뒷받침되지 않은 채 전개되어 대체로 현실감이 희박한 편이다. 또 작품의 성격상 가장 중요한 전기라고 할 수 있는 무명화가와의 만남이나 교제과정도 지나치게 조작적이며 그 끝맺음도 통속적인 상투성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많은 흠집과 함께 버리기 아까운 공들임의 흔적을 공유하고있는 두 작품을 함께 장려상 수상작으로 정하기로 우리는 합의하였다. 작품심사에 있어 좁은 의미의 「도의」나 「도덕」이 배타적 판단기준이 된바 없음을 이번의 응모자 혹은 앞으로의 응모자를 위해서 참고삼아 첨가해둔다. (유주현 유종호 최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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