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의 증시」는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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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가정주부 이문희씨(34·반포「아파트」75동)는 요즘 잠을 제대로 못잔다.
7년동안 살림비용을 아껴가며 계를 붓고 돈놀이를 하여 알뜰하게 모았던 돈 1천2백만원이 증권투자로 날아갔다.
이여인은 돈놀이가 아무래도 불안해 작년 6윌 친구의 권고로 당시 인기주인 H주택과 S토건주 각 1천주씩 2천주를 샀다.
당시 H주택은 6천4백원, S토건은 4천9백50원대로 다소 비싸다는 느낌이었으나 인기가 좋아 오름세에 있는데다 곧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바람에 결단을 내렸다.
수수료를 포함한 매입대금은 H주택 6백45만7천2백원, S토건 4백99만6천5백원, 합계1천1백45만3천7백원.
그뒤 기대했던 대로 S토건이 66%(9월)H주택이 50%(11월)의 유상증자를 실시, 58만원을 불입하고 S토건 6백60주와 H주택5백주를 받았다.
그러나 8월들어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주식가 연말을 넘기고 새해들어서도 계속 곤두박질, 지난 23일에는 S주 1천80원, H주 1천3백50원으로 떨어졌다. 갖고있는 주식을 이시세로 환산하면 3백78만원.
8백만원이 흔적도 없이 녹아 없어진 셈이다.
배당이 나오겠지만 두종목을 합쳐 50만원 넘기지 못할 것은 뻔하다.
요즘 증권시장에서 이여인이 입은 정도의 손해는 손해를 본축에 끼지도 못한다.
전국회의원 Y씨는 2억원을 투자했다가 1억5천만원을 날렸고 H은행 부장으로 있는 K씨는 8천만원이 2천만원으로 줄었다고 울상이다.
손해를 본것은 장기투자자도 마찬가지.
77년1월에 배당락시세로 D통운 1천주(71만7천원)와 D실업 1천주(1백15만7천3백원)를 사서 지금까지 가지고있는 은행원 H씨는 그동안 배당금과 증자로 늘어난 주식을 모두 합해서 계산해 보아도 59만원의 적자라고 쓴 입맛을 다신다. D통운에서는 겨우 10만원이 남았으나 D실업에서 69만원이 깨진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물가상승율과 금리를 고려하면 당초 투자액은 날린 셈이다.
투자자들이 느끼는 증시 침체의 심도는 지수상의 그것보다는 훨씬 절실하고 심각하다. 뿐만아니라 가까운 장래에는 회복될 조짐이 없다는 것이 투자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있다.
22일 경제장관 합동회견에서 김원기재무부장관은 증권정책으로 「증시 자율성」을 약속했다.
이에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실망투매로 나타났다.
빈사상태의 증권시장에 회복책이 따르지 않는 자율성부여는 시장을 방기하겠다는 외에 아무 뜻이 없다는 해석.
증시침체의 원인은 「긴축」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안정과 긴축을 최대과제로 안은 새경제「팀」의 재무장관이 줄수 있는 선물이란 자율성부여정도에 그칠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이래서 증권가 일각에서는 「증권공황」에대한 우려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64년 일본 증권시장을 덮었던 공황은 중앙은행이 5천여억「엔」을 지원, 공동증권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주식을 흡수함으로써 1년만에 회복됐다.그 후유증은 5년을 끌었다.
당시 일본의 경제여건이 금융긴축, 금리인상등 지금 우리나라의 사정과 비슷하다는 것이 이같은 우려를 실감있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올해 정부는 직접금융시장을 통해 7천억원의 기업대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침체가 계속되거나 공황으로 발전할 경우 투자자들의 손실은 고사하고 자금조달계획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할 것은 뻔하다.
증권관계기관에서는 새로 1천억원규모의 주식안정기금 조성을 재무당국에 요구하고 있는 모양이다. 기대를 걸수 있는 대책은 이제 이것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1천억원을 투입하여 7천억원을 건져내는 것이 긴축정책에 배치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이 주장에는 설득력도 있다. 문제는 당국과 증권가가 느끼는 감각의 차이가 어느정도 좁혀 지느냐는 점이다.【신성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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