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가구의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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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건설부가 실시한 전국무주택 가구의 실태조사는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많은 시사를 던져준다. 서울·부산·대구등 전국16개도시의 무주택 가구 2만1천호를 대상으로 실시한 표본조사는 무주택 가구의 월평균소득이 10만5천원이며 전가구의 3분의1 이상이 저축여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혹 저축을 하고있어동 1만∼5만원이 38.8%, 5만원이상이 9%에 불과하여 저축에 의한 내집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무주택 가구의 35%가 집을 마련할 계획조차 없다는 회답은 심각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부담능력과 관련한 주택가격은 1천만원이하를 30·6%가, 1천만∼1천5백만원을 24·5%가 희망했다. 이와같이 우리나라는 정작 집이 필요한 사람이 집을 살 능력이 없으며 앞으로도 이것이 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것이다.
작년의 부동산 「붐」이 무주택자해소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내집마련의 꿈을 더욱 어렵게 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야 할것이다.
부동산투기를 자극하여 주택건축을 늘리겠다는 주택정책은 결과적으로 수자상의 살집만 높였을뿐 심각한 폐해를 끼친 것이다
부동산파동으로 인한 집값폭등으로 이제 알뜰히 저축을 하여 내집을 마련한다는 꿈은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도시변두리의 서민주택값이 대개 l천만원내지 1천5백만원이다. 그럴진대 월수10만원짜리의 무주택자가 어떻게 집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월급10만원을 몽땅 저축해도 8년내지 12년이 걸릴 판이다.
만약 표본조사에 나온대로 5만원이하를 저축한다하면 평생 걸려도 모자랄 판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주택정책에 있어서는 투기에 의한 민간건축의 활성화를 무주택자의 해소와 연결시키려는 시행착오는 결코 되풀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벌써부터 부동산경기 자극론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각별한 경계가 필요하다.
주택정책은 무주택자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하며 ,이는 알뜰히 저축을 하면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주는 것과 표리관계를 이룬다.
많은 국공유지를 팔 생각만 말고 택지로 공급한다든지, 서울의 경우 강남북 가릴것 없이 택지로 이용할 수 있는 땅을 최대로 활용한다든지, 집을 싸게 지울 수 있는 양산체제의 개발에 정부에서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한다든지 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주택을 싸게 공급하려면 싸게 짓는것이 그 선행조건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다음 무주택자가 집을 가질 수 있도록 장기저리의 주택금융으로 연결시켜 주거나 임대주택을 많이 짓는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정작 집이 필요한 사람은 집살 능력이 없다는 이 엄연한 사실을 깊이 인식하여 주택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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