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가 300억원 피고 166명 거주자 300세대|최대규모 소유권 소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시가 3백여억원의 대지·임야 8만여평을 두고 소유권을 다루는 소송이 제기됐다. 서울지검은 23일 국가를 대리하여 서울관악구상도동134등 모두 8만7백27명(대지 3만3천7백92명·임야 4만6천9백35평)이 『귀속재산으로 국가소유』라고 주장, 대한생명보험주식회사 등 모두 1백66명의 현 소유자를 상대로 서울민사지법에 소유권동기이전 청구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시가가 3백여억원 ▲피고가 1백66명 ▲같은 사건을 두고 국가가 두 차례 패소한 뒤 세 번째 소송을 냈고 ▲문제의 땅에 거주자가 3백여가구나 된다는 점에서 우리 사법사상 최대규모.
또 피고들이 모두 『선의의 취득자』이기 때문에 국가가 이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뒤처리를 둘러싸고 또 한차례 소동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땅은 숭전대입구「로터리」의 서북쪽에 있는 상도동134,l35,142,산64동 서로 인접한 죽택가.
서울시내에서 주택지로 손꼽히는 이곳은 해방당시 「경성부평의회」의장인 일본인 「기노시따·사까에」(목하형)와 일본인 회사 제일농림주식희사(당시 대표 「나가이·이찌따로」=영정시대낭)의 소유였다.
따라서 군정법령 제33호와 한미간 재정·재산에 관한 협정에 의해 마땅히 국가소유로 귀속됐어야 할 재산이라고 검찰은 주장하고있다.
그러나 해방직후 「제일농림」의 한국인 종업원이었던 이종안(주소불명)·장우근(동)·김린서(동) 씨 등 3명이 혼란을 틈타 이 회사의 주주총회의사록을 위조, 해방6일전인 45년8윌9일 이 회사주식을 양도받은 것처럼 꾸며 이 회사 소유인 이 부동산을 가로챘다.
당시 이들은 이 회사 이름을 「제일부동산건설주식의사」로 바꾸고 김씨를 대표이사로 등록, 이 땅이 해방 훨씬 전인 43년2월2일 「제일농림」앞으로 가등기가 되어있는 것을 알고 62년12월11일 서울민사지법에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내어 승소, 63년5월14일 이 땅을 차지한 뒤 곧 분할 매각해 버렸다.
그러나 분할매각이 시작되자 63년 여름 서울지검이 수사에 나서 이 같은 불법을 밝혀내고 이들을 유가증권위조·그 행사혐의로 구속 기소하여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국가는 64년5월2일 이들이 내어 승소했던 소유권이전 등기청구소송에 대해 재심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재심청구기간이 지났다』는 절차상의 이유로 69년7월22일 대법원에서 국가패소판결이 확정됐다.
패소판결을 받은 국가는 이 땅을 되찾기 위해 70년5월22일 김씨 등 「가짜주주」들이 결정한 주주총회결의부 존재확인청구소송을 다시 냈으나 『상법의 일반규정에 따르지 않고 「귀속법인의 주수총회소집에 관한 법률」이라는 특별법에 따랐다』는 절차상의 이유로 71년6월2일 대법원으로부터 또다시 패소판결을 받았다.
이에 국가는 대법원이 지적한 「절차상의 잘못」을 고쳐 상법의 일반규정에 따라 이 회사의 주주총회를 78년6월27일 소집하여 이 자리에서 청산절차를 매듭짓고 78년10월5일 이 회사소유인 이일대의 토지를 국가에 양도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와 같이 합법적인 절차를 끝낸 국가는 『이제는 이 땅을 국가에 되돌려 주어야한다』고 주장, 세 번째로 소송을 내게됐다.
국가가 승소할 경우 피해를 보게된 것은 현재의 소유자 및 거주자들. 현 소유자들은 몇 차에 전매된 땅을 사들인 사람들이며 주택만도 3백여동이나 된다.
피고는 법인체가 7개, 은행 3개, 개인 1백56명이다.
이 소송의 피고 김모씨(56)는 『63년 이 사건이 말썽을 일으킨 뒤 16년이 지났고 국가가 그동안 두 차례나 패소했는데도 계속 소송을 벌이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사건의 원고가 국가가 아니라면 인지대만도 1억5천만원이 소요돼 감히 소송을 낼 엄두조차 못 가질 것이지만 국가는 인지대를 내지 않는다는 이점 때문에 소송을 내고 보자는 속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피고 박모씨(42)는 『이번 소송에서 국가가 이겨 이 땅을 되찾아갈 경우 현재 피고로 돼있는 「선의의 제3자」들은 어디서 배상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박씨는 그 이유로 『김씨 등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은 소재를 찾을 수 없거나 찾아낸다 하더라도 재산을 이미 빼돌려 버렸을 것이기 때문에 그들로부터의 배상대책이 막연하다』고 말했다. <정일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