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자가용 유지비 월 7만원∼40만원|「차격」이 「인격」에 앞설수는 없는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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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Y무역회사의 수출2부장 김재일씨(37·영동개나리「아파트」)는 몇달동안 계산을 맞춰본 끝에 결단을 내려 작년 11월말 자가용 승용차(포니)를 구입했다.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할때 차잡기 곤욕을 치르는것이 너무 지겹다고 생각한나머지 차를 사기로 결단을 내렸다.
차를 사는데 든 돈은 ▲차값 2백41만5천원 ▲지하철공채 25만원 ▲책임보험료 4만8천7백원 ▲차량세 5만6천1백60원 ▲면허세 2만1천6백원 ▲취득세 4만8천2백80원 ▲증지대 2천2백50원 ▲번호판대 1천3백원 ▲안전협회비 5백80천등 모두 3백10만4천원.
그동안 저축한 2백80만원과 회사에서 연말 「보너스」받을것을 감안, 30만원을 가불받아 차값을 치렀다.

<30만원을 가불받아서>
살때까지만해도 윌급이 40만원도 채안되는 처지에(실수령액은 36만3천원)자가용차를 가질수 있겠느냐해서 무척 망실였다고 말한다.
그가 『나도 차를 사야겠다』고 굳게 결심한것은 작년 초가을저녁 몇몇 대학동창부부「파티」에 참석했을 때였다.
끝나고 헤어질때 다른 친구부부들은 각기 자가용을 타고 미끄러져 갔으나 김씨부부는「택시」를 잡느라고 한동안 우왕좌왕해야 했었다.
자신의 자존심도 자존심이려니와 아내에대한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차를 사서 직접 굴려보니 막상 든경비는 걱정했던것보다는 많이 들지는 않았다.
김씨가 한달동안의 자가용유지경비를 결산해본결과 ▲기름값 3만3천8백원 ▲차량세 1만8천7백20원(3개월마다 5만6천1백60원) ▲「오일·체인지」·부속품대·세차대·주차비등 잡비가 1만7천원 합계 6만9천5백20원.
출퇴근하고 낮에 한두번씩 시내에 나가 일을 본것, 그리고 주말에 두번 가족과함께 주말여행을 다녀와 주행거리는 약 1천3백 ㎞. 자가용을 사기전 「택시」를 이용(주로합승「택시」)했을 때의 월교통비 4만3천여원(가족 전체로는 5만6천원)에 비하면 돈이 더 든셈이다.
그러나 가족을 데리고 주말여행을 할 수있고 자존심과 체면이 서는것까지를 계산하면 차를 산 쪽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김씨는 주판을 놓고있다.
종로1가에서 병원을 차리고 있는 최병기씨(44)는 그동안 갖고있던「브리사」Ⅱ를 팔고 대신「레코드」를 샀다.
한급 높인것이다. 얘기인즉 그가 「멤버」로 있는 실업인모임에 나갈때마다 운전사가 다른 고급차의 운전사들에대해 열등감을 느끼고있는 것같아 요즘 구하기도 힘든 운전사의 사기를 높이기위해 좀나은 승용차로 바꾸었다는것.

<운전사 사기높이려고>
하지만 운전사의 열등감이 아니라 자신의「차격」의식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고 보는 편이 더 솔직할지 모른다.
자신의 「스테이터즈」를 고급승용차로 표시하고싶은 심점은 여유가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느끼는것이 아닐까.
최씨가 「레코드」로 바꾸는데 든 돈은 ▲차값 5백35만5천원 ▲거량세 8만1천1백60원 ▲지하철공채 70만원 ▲책임보험료 및 취득세 (차값의 2%) 등 모두 6백30만원.
유지경비는 「브리사」Ⅱ보다 기름값이 월 4만여원, 자동차세가 월 9천여원 더 들어가고 운전사 급여로 20만5천원(월급18만원에 점심값) 과 기타경비 4만∼5만원이 들어간다.
그러니까 최씨의 경우 자동차에 들어가는 돈은 줄잡아 월40만원이 된다.
30대중반의 중견 「샐러리맨」들 사이에는 요즘「마이카」바람이 불고있다.
자가용 승용차가 이제는 이미 사치품이 아니라 생활필수품이라는 얘기가 뜨거운 화제가 되고있다.
작년 한햇동안 승용차수는 82%가 늘어 작년말현재 보유대수가 12만8천8백4대(이중 서울 7만7천6백25대) . 전국 가구당 평균 보유율은 1.7%인셈이다.
자동차회사에는 계약금을 내고도 2∼4개월 기다려야 차를 인도받을수 있을만큼 승용차를 사겠다는 사람이 밀려있다.
신청자의 43%는 자기가 직접 운전하겠다는 「오너·드라이버」들이다 (현대자동차 전성원장무).
「오너·드라이버」들이 늘어나고 중견 「샐러리맨」들사이에 「마이카·붐」이 일차 돈많은 자가용족들은 차격을 높이기 위해 무척 열성이다.
작년10월 「현대」에서 6기통 송용차 「그라나다」예약율 접수하겠다고 했더니 하룻만에 8백대분이 신청됐다던가.
예약금이 대당 3백만원이니까 그것만도 24억원-고스란히 현찰이다.
그직전 새한자동차가 신형「레코드」신청을 접수할때도 30억원의 현찰이 굴러들어와 회사측은 자금난극복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다.
어쨌든 고급송용차에대한 선호도가 두드러지게 높아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작년말 현재 국내 6기통 승용차의 보유대수는 모두 7천6백25대.
그중 외국산이 1천7백52대, 국내서 조립생산한것이 5천8백73대 (크라운=2천9백82대·「포드」20M=1천8백91대·「그라나다」=1천70대).

<6기통은 7천6백대>
외국산중에는 대당 7천만∼8천만원하는것도 있고 일제「슈퍼살릉」같은것은 4천만∼5천만원율 홋가한다. 외국현지에서는 거의 1만「달러」전후짜리다.
「그라나다」의 1천4백만원, 2월에 나올 「푸조」 (기아산업생산)의 2천5백만원선(지하철공채등 포함)에 비하면 의국산이 훨씬 비싸다. 국산 6기통짜리만도 웬만한 주택값에 해당한다.
세계에서 제일로 쳐수는 영국의「롤즈로이스」승용차는 「스탠더드」가 72년 당시출고가격은 3만4천2백80「달러」.
지금은 5만「달러」를 훨씬 넘는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파는것이 아니다 국가원수급이나 세계적인 저명 덕망인사 아니면 안파는 전통을 지키고 있다.
졸부들이 신분격상을 위해 비싼것이면 모두 사려고하는 풍토와는 거리가 멀다.
여우「E·테일러」의 남편「리처드·버튼」이 신청했다가 딱지맞은 얘기는 유명한 일화다.
고급품을 소유하고 쓰는데도 분수를 지키고 기준을 중시한다.
형편이 나아지면 자동차를 갖게되는것은 당연하지만「남이 사니까 나도 사야겠다」는 서두름은 없는지, 또 인격아닌 차격을 높이기위해 분수없는 경쟁을 벌이는게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분수에 알맞고 질서있는「마이카」시대를 열어야한다.
차격은 결코 인격위에 설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공인하는 것부터 필요하지 않을까.<이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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