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수「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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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의 「베켄바워」』, 서독의 한 신문은 서슴치않고 이런 표제를 달고있다. 서독 「프로축구」에 「데뷔」한 차범근선수를 놓고하는 찬사다. 과찬이지만, 기분은 좋다.
서독대표「팀」의 「베켄바워」는 이른바 「청소부역」이라는 「스위퍼·시스팀」을 개발한 독창적인 선수다.
「스위퍼·시스팀」이란 「골·키퍼」다음의 최종 수비자로서 위기를 쓸어내는 구실을 한다.
그는 또 도중에서 공격을 차단,적재적소에 배구를 해주는 구실에도 천재적인 기예를 발휘한다.
「베켄바워」의 이 독자적인 수비법은 다른나라 선수들에게도 널리 모방되고 있는 새로운 기법이었다.
물론 차범근은 그런 경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독창적인 특기가 없다. 그러나 기민한 돌파력만은 「유럽」선수에 별로 뒤지지 않을 것 같다.
서독의 차선수 「붐」은 동양인에 대한 호기심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모든 것이 미지수다. 「프로」축구에서 「스타·플래이어」가 되는 길은 그리 쉽지않다.
동작 하나하나에 현상금이 걸려있는「프로」선수는 우선「올·라운드·플레이어」가 되어야한다. 바로 「베켄바워」가 그런 선수다.
서독의 「다름슈타트98」「팀」으로「데뷔」한 차선수는 「레프트·윙」의 역을 맡았다. 한국대표「팀」에서는 「라이트·윙」으로 뛰던 그였다. 「레프트·윙」의 한가지 어려운 일은 왼쪽발의 기능이다. 그쪽이 강하지 않고는 이일을 해낼 수 없다.
차선수에게도「올·라운드·플레이어」의 장기가 있는 것일까. 흔히는 그를 두고 경기를 운영하는 눈이 약하다는 평을 해왔다. 현대의 축구는 한 개인의 특기 못지않게 경기운영의 능력도 요구된다. 모든 선수가「리더」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유럽」의 축구는 그점에 있어선 일찌기 눈을 뜨고 있다. 「유럽」축구는 따라서 『촌스럽지 않다』고들 말한다.
정작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차선수 개인의 영달이 아니다. 어느 모로는 이미 그는 한국축구와는 무관한 선수가 되어 버렸다. 「프로」에 전향하고 나면 「올림픽」이나 그밖에 「아마추어」들의 「게임」에는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는 좋은 선수를 잃어버린 격이다.
차선수는 그럴수록 새로운 사명을 스스로 걸머져야 할 것이다. 「유럽」의「그라운드에서 모든 기예를 유감없이 배우고 익혀 언젠가는 조국에 대한 빛을 갚아야 한다. 「저널리즘」의 찬사에 자만하거나 자신의 분수를 혹시라도 잊어버리는 일은 우리를 실망시킬 것이다.
우리나라의 축구도 이젠 전기를 맞을 때가 되었다. 차선수에 대한 기대도 그래서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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