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상고심 개편, 재판 받을 권리 보장이 핵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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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가 그제 대법원과는 별도로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방안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대법원 처리 사건이 지나치게 많아 최고법원의 역할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러한 상고심 구조 개편은 법원이나 법조계 내부의 필요성이 아닌 국민의 관점에서 보다 폭넓은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우선 상고심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대법원에 접수된 전체 상고 사건 수는 3만6110건으로 지난 10년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법관 12명이 1인당 담당하는 사건 수가 연간 3008건에 달한다. 대법원 사건의 94%가량이 상고기각되고 있음에도 상고율이 36%로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충실한 사건 심리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상당수의 상고 사건이 심리를 거치지 않은 채 기각되는 ‘심리불속행’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 역시 재판 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그런 차원에서 ‘중환자’(중요한 사건)는 대법원에서, ‘감기환자’(일반 상고사건)는 상고법원에서 담당토록 하자는 방안은 정책적 실효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사실상의 4심제로 운영돼 국민의 소송 비용과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을지, ‘군사법원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한다’는 현행 헌법 규정(제110조2항)이 상고심을 대법원으로 상정한 것 아닌지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대법원 사건과 상고법원 사건을 어떻게 분류하고 그 분류가 어떤 절차를 거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제시돼야 한다. 나아가 대법관 1명과 대법원 판사 2~3명으로 12개의 재판부를 구성해 일반 사건을 처리하고,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으로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들이 검토 대상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상고심 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느냐다. 1심과 2심 재판을 강화함으로써 상고율 자체를 낮춰 나가는 작업도 동반돼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