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마침내 남극에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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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영원히 녹지 않는 남극의 대비원이 뜨거운 열기를 받아 달아 오르고 있다.
서기 2천년대의 자원난 시대에 대비한 세계의 강대국들이 다투어 남극에 진출하여 연고권을 확보해 놓고 자원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1911년「노르웨이」의「아르센」이 처음 극점을 밟은 뒤 남극대륙은 탐험시대에서 점차 과학적인 이용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우리나라의 1백50배나 되는 거대한 넓이의 남극대륙은 석탄·석유·금·은·천연「가스」·「우라늄」등 엄청난 지하자원을 품고 있는 것은 물론 주변의 남빙양은 세계적인「크릴」(새우의 일종·고래먹이) 어장으로 손꼽힌다.

<평균 3천m 두께의 얼음>이밖에 남극대륙을 덮고 있는 평균 3천M 높이의 얼음은 지구상에 남아있는 오염되지 않은 식수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인류가 살아갈 마지막「자원의 보고(보고)」로 여겨지고 있다.
아직은 파묻혀 있지만 멀지 않은 장래에 발굴될 이 같은 황금의 대륙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그 열풍은 이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우리에게도 서서히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3월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배타적「서쿨」을 이루고 있는 남극조약 가입국들에 우리한테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을 요구한바 있고 이어 12월에는 남극을 둘러싸고 있는 남빙양에 5천5백t급 시험 조업선을 보내 올 3월까지 어장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남극에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한국극지 탐험대가 지난해 훈련을 쌓은「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권처럼 낭만적인 풍물이나 극지를 낙원처럼 살아가는 원주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접근을 완강히 거부하는 살벌한 자연이 버티고 있을 뿐이다.
남극대륙에 무사히 접근한다고 해도 해안에서 극점까지는 최소한 2천㎞ 이상을 설상차로 달려야 한다.「그린란드」보다 더 높고 험난한 빙원이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물론, 시속 2백「마일」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강한 눈보라가 난데없이 갈라지는 얼음바닥과 함께 언제 어디서 대원들을 괴롭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배타적 남극조약 가입국들>1957년 곡종호로 남극에 처음 상륙한 일본대는 다음해까지 2년에 걸쳐 소화 월동기지를 세웠고 극점에 도달한 것은 그로부터 10년 후인 1968년의 일이었다.
지금까지 빙원을 가로질러 극점 도달에 성공한 나라는「노르웨이」(1911년12월14일) 영국 (12년1월18일) 「뉴질랜드」(58년1월5일) 소련(59년11월6일) 미국(61년1월11일) 「아르헨티나」(66년) 일본(68년12월19일) 등 7개국.
이밖에「오스트레일리아」「프랑스」남아「칠레」「벨기에」등 5개국이 기지를 확보하고 각국이 부분적이나마 영토권을 주장하고 있다.
서독에서도 뒤늦게 남극의 자원 가치를 깨닫고 3백억원의 자금을 들여 독자적으로 영구기지를 설치할 움직임을 보여 남극을 무대로 한 자원개발의「티킷」을 노리고 있다.
과학자들이 그동안 알아낸 남극자원에 대한 지식은 자원이 빈약한 여러 국가들의 경제적 관심을 일깨웠으나 미국·소련 등 남극조약 가입국들은 당사국들간에 남극자원에 대한 이용규칙이 마련되기 전에 다른 국가의 구미를 돋워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아래 지난해「런던」과 올해「캔버라」에서 열린 남극조약국회의에서 어장과 수자원보호에 대한 결정을 내린바 있다.

<우수한 과학자들 총집결>「유럽」과 미국을 합한 것보다 더 큰 이 대륙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혹한으로 인해 참혹하게 죽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적대적인 정치 신념을 가진 사람들끼리도 영하 30도의 연평균 기온 속에서 서로 어깨를 맞대고 협조적으로 일하고 있다. 극한 상황은 이질적인 사람들의 주의나 이상을 하나로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눈길을 남극으로 돌린 이상 남들이 수십년 동안 쌓아올린 경험을 하루빨리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 앞서의 난관을 깨기 위해서는 국민 전체의 집합된 힘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에베레스트」등정과 북극권 진출을 성공으로 이끈 한국인의 저력은 이제 남극의 거대한 빙산과도 맞설 수 있을 것이다.
글 홍성호 기자 <사진=일본극지탐험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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