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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與黨·국세청 조직적 모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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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년을 끌어온 이른바 '세풍(稅風)'사건은 당시 집권 여당과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나선 불법 모금 사건이었던 것으로 검찰이 결론을 내렸다.

8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찰은 "지난달 미국에서 신병이 인도된 이석희씨를 상대로 20여일간 재수사한 결과 한나라당과 국세청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불법 모금에 나섰음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추가 수사에서 그동안 불분명했던 관련자들의 공모관계가 확연해졌다는 것이 수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서상목 한나라당 전 의원과 이회창 전 총재의 동생 회성씨가 1997년 8~9월 고교 동문인 이석희씨에게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고, 국세청 차장이던 李씨는 임채주 국세청장과 주정중 조사국장을 끌어들여 역할을 나눠 기업 사냥에 나섰다"고 밝혔다.

朱전국장은 林전청장 지시로 '1백대그룹 기본사항'을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친소관계에 따라 상대할 기업과 모금 금액을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석희씨는 또 차수명 전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에게서 당 재정위원 중 고액의 기탁금을 미납한 사람의 명단을 건네받아 모금에 나섰다. 그러면서 당시 한나라당 재정국장이던 김태원씨와 ▶돈받는 방법▶영수증 처리 방법 등까지 긴밀히 상의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회성씨는 부인해 왔지만 그와 이석희씨가 97년 9월부터 두달 가까이 서로 연결된 롯데호텔의 두개 방을 공동 사용하면서 선거관련 사항을 협력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배재욱 당시 청와대 사정비서관이 林전청장을 만나 한나라당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회창 전 총재의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李전총재가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는 있지만 구체적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李씨의 미국 도피 배후에 대한 수사도 진전이 거의 없었다. 李씨는 검찰에서 "내 차명계좌를 관리하던 은행 직원이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직후 스스로 판단해 출국했던 것"이라며 배후설을 일축했다.

또 미국 도피 생활 및 신병인도 재판 비용 등은 의사인 셋째형이 전부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徐전의원이나 李전총재 등을 만난 적이 없다고도 했다.

당시 徐전의원 등이 1백66억원 외에 추가로 모금한 70억원 조성에 李씨가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 돈의 조성경위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불법 모금한 돈의 일부가 정치인과 언론인에게 뿌려진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추가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앞서의 몇가지 사항과 함께 찜찜한 부분으로 남게 됐다.

조강수.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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