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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각의 열전 120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46년 경평전이래 남북분단이후 최초로 맞선 축구경기에서 한국과 북한은 경기시작 전부터 전쟁을 방불케하는 일대 「와일드·게임」이 되리라던 예상과는 달리 아주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경기에 앞서 대부분의 태국관중들과 많은 외국기자들은 지난번 남북농구때와 같은 난투극에 가까운 경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 조직위원회는 l백명 이상의 군대를 동원하는등 삼엄한 경비를 폈다.
그러나 경기에 앞서 남북한주장선수들은 서로 악수도 하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는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돌변은 지난 남자농구 경기때 지나치게 난폭한 「플레이」로 빈축을 샀던 그들의 「이미지」를 씻기 위해 보여준 태도였다고 풀이할수 있다.
경기가 전·후반 연장까지 무득점·무승부로 끝나자 주최측은 국가연주를 어느것부터 하느냐를 위한 「토스」를 했는데 북한측은 국가를 먼저 하게 되자 북한임원·몇 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듯 경기장을 돌며 법석을 떨다 제풀에 슬그머니 그쳤다.
전광판에 1위를 알리는 글자가 「코리아」「D·P·R·코리아」로 새겨진 것은 물론 시상대에 한국과 북한선수가 동시에 올라섰는데 제일먼저 시상대에 오른 한국의 김호곤과 북한의 김종민은 시상대가 좁아 바로 서지를 못해 북한의 김종민이 엉덩이로 미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국기경례때는 태극기와 북한기가 동시에 게양되었는데 한국의 태극기가 전면에 나와 북한의 기는 전면이 보이지 않았다. 시상식때는 남북선수들이 어깨동무까지 한것은 아주 흐뭇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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