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의 축' 부상, 흔들리는 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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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의 출발이었다.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는 지난 5일 수원 홈 개막전만 해도 쾌재를 불렀다. 최약체로 평가되는 롯데를 이겼기 때문은 아니었다. 현대가 삼성-기아와 버금가는 강팀으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인 '안정된 마운드'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었다.

돌아온 에이스 정민태가 7이닝 4안타.무실점으로 막은데 이어 중간계투로 나선 권준헌.이상열, 2년차 마무리 조용준까지 완벽한 불펜진 가동이었다. 결과는 3-0 완봉승. 그러나 달콤함은 하루를 가지 못했다. 현대는 6일에도 롯데를 꺾고 2연승을 달렸으나 주포 심정수와 포수 강귀태를 동시에 잃는 고통도 안았다.

심정수는 4-1로 앞선 6회말 무사 1루에서 롯데의 세번째 투수 박지철의 투구에 왼쪽 얼굴을 얻어맞고 쓰러졌다. 병원진찰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치아가 왼쪽 뺨을 찢어 20여 바늘을 꿰매야 했다.

2년차 포수 강귀태 역시 같은날 선발투수 바워스의 원바운드성 투구를 온몸으로 막아내다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강귀태는 즉시 교체됐고, 검사결과 인대 부분파열로 밝혀졌다. 심정수와 강귀태 모두 최소 2~3주간 휴식이 필요하다. 현대로서는 공격과 수비의 핵심인 두 선수가 상당기간 전력에서 이탈하게 돼 무척 당혹스럽다.

심정수가 누구인가. 지난해 정규시즌 팀내 타율(0.321), 타점(1백19점), 홈런(46개) 3관왕에 오른 슬러거다. 강한 어깨를 이용한 우익수 수비 또한 일품이다.

강귀태 역시 박경완(SK)의 이적 후 현대의 새로운 안방마님으로 발탁된 유망주. 현대 김재박 감독이 "초반부터 전력을 다 쏟아붓겠다던 당초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털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감독은 심정수를 대신해 대졸 2년차 조재호를 비롯, 최익성 등을 백업으로 기용할 계획이다.

포수에는 베테랑 김동수와 대졸신인 이택근이 번갈아 나서게 된다. 얼굴이 부어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심정수는 8일 문학 SK전에 선수단에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2001년 6월 롯데 강민영에게 얼굴을 맞고 한달여간 결장했던 때보다 낫다"며 오히려 걱정하는 동료를 달래기도 했다. 물론 심리적 안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심정수가 이번주 내 출장하기에는 무리다. 그러나 그의 존재와 투지는 잠시 '충격과 공포'에 빠졌던 유니콘스의 날개를 다시 펼치게 하는데 충분한 듯 싶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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