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공청「어문관계 개정 시안」이렇게 본다>지나치게 어원 따진 게 흠 받침은 과감히 줄였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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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그동안 이 일을 해내는데 수고한「국어조사 연구위원회」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표준말 개정 시안에 관해서는 대체로 잘 되었다고 생각하나 맞춤법이나 외래어 표기법의 개정 시안은 현행 맞춤법이나 외래어 표기법을 근간으로 소폭의 수정에 그쳐 예상대로의 결과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이 수정안의 모체인 「국어조사 연구위원회」의 인원 구성이 현행 안을 유지하려는 측에 편중된 데서 빚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다.
표준말 사정에 있어 현실 발음이 존중된 점, 찬의를 표하나 좀더 과감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예를 들면-.
아름다와→아름다워, 앉아→앉어, 한자음 계·폐·혜·희→게(계)·페(폐)·헤(혜)·히 (희).
현행 맞춤법이 어렵다는 것은 받침이 28개나 되는 점이다. 이번 개정에서 ㅋ(동녁), ㄿ (을프다), ㅁㄱ(남기)의 세 받침이 없어지고 ㅎ ㄲ ㄳ ㄵ ㄶ ㄽ ㄾ ㅀ ㅄ ㅆ 받침 등 이 그대로 남았다.
또 하나 지나치게 어원(형태소)을 밝히려는 점이다. 그런데 미닫이·걸음걸이·「바치다·받치다·받히다·밭이다·밭치다」의 구별, 「부딪히다 부딪치다」의 구별, 「뚫리다 꿇리다 훑이다」등 표기가 그대로 남게 되었다.
다만「띄어쓰기」가 되도록 붙여쓰게 된 것은 다행이다.
요컨대 한글 맞춤법은 세종대왕의 우민으로 하여금 쉽게 익혀 쓰도록 하겠다는 정신과 33년 우리들의 선배가 애써 제정한 현행 맞춤법의 표의 화 정신도 살리되 우리 한글의 표음 문자의 본질과 음절 문자의 특성을 살려 의무 교육을 마친 사람이면 누구나 옳게 쓸 수 있도록 주안점이 두어져야 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장모음의 장음은 따로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잘된 것으로 보나 중국인명·지명을 현지음대로 적는 다는 것은 일본인명·지명을 국제 음성기호와 대조해서 적는 다는 원칙과 함께 못마땅한 결정이다. 한자 문화권의 고유명사는 우리 한자음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었어야 했다.
국어 국문학회의 국어 정서법안(71·6·19)과 외래어 표기법안(77·6)이 있다.
이번 개정안과 공개 토론에 붙여지기를 제안하면서 아울러 최종 결정의 졸속을 피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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