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중공 밀월 시대의 개막「동북아의 내일」을 들어본다|본사 특파원, 중공 문제 전문가 화이팅(미 미시간 대)-나까지마(일 동경 외대)박사와 긴급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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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싱턴=김건진 특파원·동경=김두겸 특파원】미-중공 수교는 일-중공 우호 조약 체결과 함께 미-일·중공이 소련을 상대로 한 실질적인 동맹 내지는 협력 체제를 다지게 했고 그 파장은 한반도 정세에도 불가피하게 미치게 됐다. 본사의 「워싱턴」주재 김건진 특파원과 동경 주재 김두겸 특파원은 이런 긴박한 사태 진전을 맞아 미-일의 중공 문제 석학「앨런·화이팅」박사(미「미시간」대)와「나까지마·미네오」박사(일 동경 외국어대)와 회견, 수교로 야기될 문제들을 광범하게 분석해 봤다.

<편집자 주>
▲미-중공 수교가 급전된 배경은?
앨런·화이팅 교수=첫째 요인은 중공 부수상 등소평 "미-자유중국간의 방위조약이 완전 파기되려면 1년이 걸리지만 중공은 그 이전에라도 미국과 수교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는 태도를 분명하게 밝힌 점이고 둘째는 중공이 미국이 자유중국에 대해 계속 무기를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양해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요인은 실제로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협상을 급속도로 촉진시켰다.
나까지마·미네오 교수=중공은 지금 전환기를 맞고 있고 특히 4대(농업·공업·국방·과학기술)현대화 계획을 추진하면서 미일의 협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일-중공 조약 이후 미국과의 수교를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번 수교는 상해 성명을 이행한 셈인데 양국간에 자유중국의 현상 유지에 대해 모종의 묵시적 양해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은?
화이팅=미-중공간에 무슨 비밀 협정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최근 등은 대만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으며 통일 이후에도 대만의 사회·경제 체제를 계속 유지시키겠다는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미국은 이런 중공 측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나까지마=미국으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간에 중공이 무력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양해를 얻은 것으로 본다. 더욱이 중공이 무력 통일을 하려 할 경우에도 자유중국은 해군력이 강하고 섬나라이기 때문에 공략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자유중국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소련에 접근 하든가「하나의 중국 론」을 팽개치고 두개의 중국 론을 선언할 가능성은 없는가?
화이팅=어느 경우도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현재 대만 주민들의 일상생활은 절대적으로 미일과의 무역에 의존해 있다. 만에 하나라도 자유중국이 소련과의 밀착을 원할 경우 그 대가로 소련에 군사기지를 제공해야만 한다.
이런 결과는 서 태평양 세력을 몹시 자극하게 되며 미-일은 즉각 이에 대해 대응책을 모색하게 될 것이어서 대소 접근 가능성이나 독자 선언은 불가능하다.
독자선언을 할 가능성은 가까운 장래에 최소한 장경국 총동이 살아 있는 동안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까지마=자유중국이 독립적 방향으로 나가리라고 생각한다. 대만은 실질적으로「대만 공화국」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대만에는 소련과 접근하자는 의견도 있어 자유중국과 소련과의 접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소련의 입장에서 보만 최근 중공이 친소 파였던 전 국방상 팽덕우를 사후 복권시키는 등 중-소 관계 개선의 여지를 보이고 있어 자유중국에 대해 매우 신중히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소련은 중공과의 관계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에야 자유중국과의 관계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양자의 접근 가능성은 중소 관계 개선 여하가 관건이 될 것이다.
▲대소 전략의 측면에서 미-일-중공 3각 동맹 관계로의 진전 여부는?
화이팅=미일 같은 거대한 양대 자본주의 국가와 공산대국 중공간에 동맹 관계가 쉽사리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자본주의 국가들의 기본 목표와 공산국가의 기본 목표는 다르다.
특히 한반도 통일 문제 같은 쟁점에 대해 미-일의 입장과 중공의 입장 사이에는 아직도 상당한 거리가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미·일·중공간의 3각 동맹 관계가 가까운 장래에 있을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나까지마=나는 미·일·중공 사이에 대소 동맹이 실질적으로 형성됐다고 본다.
중공은 동방의 신「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따라서 3국간의 군사방위 협력 체제를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닌 가고 여겨진다. 다만 일본의 경우는 지금까지의 전 방위 외교라는 지침에 시련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교에 대한 소련과 북한의 반응이나 대화 책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화이팅=소련은 그 파급효과를 극소화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또 이번 수교로 북한이 당장 어떤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속한 어떤 대응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나까지마=소련은 대소 포위망이 구축된 것으로 보고 가장 충격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소련은 대「아시아」외교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인지반도에서 중-소간의 분쟁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미-소 관계가 현상을 유지하는 한 소련이 미·일·중공을 상대로 하는 적극적 도발행위는 삼갈 것으로 본다.
한편 북한도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 틀림없고 그 결과로 어쩌면 대미 관개 개선을 서두를 가능성도 있다. 또 북한은 국내 문제와 국제 정세가 매우 어려운 단계에 있기 때문에 남침 전략을 더 이상 지속하기가 어렵게 될 것으로 믿어진다.
▲미-중공 관계 정상화에 따라 중공의 대 한반도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혹 한반도 문제에 능동적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은 예견되지 않는가?
화이팅=당장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으며 당분간 현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중공이 한국을 외교적으로 승인하거나 한국이 중공을 승인하는 경우도 올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는 법적 승인이 아닌「현실 인정」정도의 사태 변화는 예견할 수 있다.
나까지마=등소평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을 비친 바 있고 또 소련도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는데 유의해야 할 것 같다. 북한의 양다리 외교 때문이다.
따라서 동북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신 기류에 대응해서 중소는 신뢰하기 어려운 북한보다는 오히려 한국에 대해 다소 적극적인 문호개방 상태로 나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중공이 기선을 잡고 이번 수교를 급진전시킨 데는 자국의 현대화 추진에 대한 미국의 역할을 크게 기대한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은 어느 정도 이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가?
화이팅=미국은 이미 중공의 공업화를 위한 기술을 제공중이며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사업에도 참여할 것 같다.
중공 과학자들과 교수, 그리고 학생들이 대거 미국 내 연구소나 대학에 와서 연수를 받는 계획도 마련되어 있다. 이런 움직임으로 볼 때 중공 현대화를 위한 미국의 역할에는 물론 한계가 있겠지만 그 비중은 대단히 크다.
나까지마=경제적 측면에서 미국도 중공 시장을 개척한다는 뜻도 있어 매우 적극적일 것 같지만 군사지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미국의 움직임으로 보아 결코 없을 것 같다.
다만 중공이 군 현대화를 위해 서구 제국과 접촉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도 못 본체 할 것이다.
▲이번 수교로 중공 시장의 문호가 한층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런 중공시장 개방이 미일의 경제 침체를 해결하는데 얼마나 작용할 것으로 보는가?
화이팅=나는 미국 전체 경제에 중공 시장 개방이 미칠 영향을 아직 대수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긴다. 현재의 추세로 보아서는 미국보다 일본 경제가 더 큰 활기를 띨 것 같다.
나까지마=85년까지 중공 시장은 적어도 4천억「달러」규모라니 일본 경제계가 쌍수를 들어 열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국으로서도 중공과의 무역 규모가 금년에는 10억「달러」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수십 억「달러」로 늘어날 것이 틀림없어 미국 경제 불황의 호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경제계가 수교 성명 직후 벌써 중공 시장을 두고 미국을「유럽」공동시장(EEC)에 이은 강력한「라이벌」의 등장으로 경계하고 긴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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