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보건소 이대로 좋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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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농어촌 지역의 보건향상을 위한 우리나라 농촌 보건소가 제갈 길을 잃은 채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는 소리가 높은 가운데 보건소장들 마저도 현행 보건 행정을 신랄히 비판하고 나서 주목을 모으고 있다.
지난 8일 강화에서 열린 한국 농촌의학「세미나」에서 이들 보건소장들은 농촌 보건소 기능 회복과 기능 강화를 위한 근원적인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수 차례의 보건소 관계 법령이 개 정되었으나 효과적인 보건 사업을 위한 원칙은 외면된 채 피상적인 개 정만 거듭해 보건소가 말단 행정기구로 전락하는가 하면 보건소장 직 기피의 병폐가 늘고 모든 보건 통계가 엉터리이듯 이들 보건소 사업 또한 실적 위주의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핵·성병·나병에만 겨우 매달릴 뿐이고 모자 보건·가족계획 사업은 실적에 쫓긴 나머지 엉터리 통계가 보고되지 않을 수 없고 의료·보건요원의 자질 부족, 의료기구의 부족과 노후로 오히려 지역 주민의 불신만 쌓고 있으며 그 외 보건소의 주요 기능인 영양개선·식품위생·환경위생·산업보전·구강위생·의약 지도사업 등에는 전혀 손을 댈 수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은 당국의 지원 미비 외에도 시장·군수의 보건사업에 대한 관심 부족과 무지, 보건소장의 의식구조의 비정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업무지시는 보사부로부터, 행정 지시는 내무부로부터 받게 돼 보건 행정에 일관성이 없고 보건 업무에 전념해야 할 보건소장 이하 요원들은 새마을사업 독려·불법 건축물 단속·다수확 독려·퇴비 증산 독려 등 전혀 엉뚱한 행정업무에 동원되기가 일쑤며 어떤 군수들은 지역사회 보건사업을 국가 고유사업으로 오인한 나머지 지역보건에 대한 장기 계획 하나 마련하지 않으며 투자도 기피하는 등 보건사업은 다른 소득증대 사업에 항상 우선 순위를 뺏겨 보건소 요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는 것.
이들 보건소장들이 가끔 엉뚱한 괴 질을 발표하게 되는 오류도 의료 요원의 자질 부족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
또 보건소장들도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고 자체비판. 개업 준비나 여권수속 준비기간 중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으로 생각하는 보건소장이 있는가 하면 봉사정신과 사명감이 부족하고 공무원인 이상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도 아집 편견만을 내세우는 수가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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