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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32강팀 패션 점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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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월드컵은 축구 클럽이 아닌 국가대표팀이 참가하는 대회다. 국가주의·민족주의와 분리할 수 없다.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도 마찬가지다. 국가를 상징하는 색깔이나 로고, 그리고 나라 특유의 미의식이 담겨 있다. 그래서 월드컵은 유니폼 경연장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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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일간지 메트로는 지난 4월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국의 유니폼을 놓고 설문조사를 했다. 홈 유니폼 중에서는 11.11%를 얻은 프랑스가 1위에 올랐다. 프랑스 유니폼은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하는 국기의 파란색·흰색·빨간색을 각각 상의·하의·스타킹에 배치했다. 상의에는 스폰서인 나이키와 프랑스 축구협회 로고만 배치했다. 축구전문 디자이너 장부다씨는 “라운드 칼라는 벨에포크 시대(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파리를 중심으로 우아한 문화가 발전한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유니폼은 팀의 정체성이 담겨야 한다. 이 유니폼엔 프랑스 특유의 세련미가 잘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2위는 포르투갈(8.64%)이 차지했다. 호날두·나니가 포진한 포르투갈 유니폼은 특유의 자주색 바탕에 가로 줄무늬가 들어갔다. 축구협회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협회 엠블럼 양옆에 ‘1914’와 ‘2014’라는 숫자를 새겼다. 프랑스 유니폼과 마찬가지로 나이키가 제작한 포르투갈 유니폼 역시 심플함이 돋보인다. 장씨는 “나이키 특유의 단순한 디자인이다. 심플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한쪽에서는 성의 없어 보인다는 극단의 평을 듣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개최국 브라질도 상징색인 노란색과 녹색이 섞인 유니폼으로 높은 평가(5위·5.89%)를 받았다.

 전차군단 독일은 3위(8.56%)에 올랐다. 흰색과 검은색을 바탕으로 가슴 쪽에는 붉은색 V자 라인을 넣었다. 독일에서 탄생한 다국적기업 아디다스가 제작했다. 장씨는 “아디다스는 기술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엠블럼은 마치 자동차 엔진 같다. 별도의 금형을 떠서 레이저 커팅한 뒤 열로 압착해 옷이 아니라 조각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설문에서는 19위(1.92%)에 그쳤지만 무적함대 스페인의 빨간 유니폼도 눈에 띈다. 장씨는 “오른쪽 가슴의 황금빛 디펜딩 챔피언 엠블럼이 고급스럽다. 또 통기성을 위해 구멍을 뚫거나 조직이 성긴 그물 원단을 사용하는 대신 부위에 따라 조직 밀도를 다르게 해 체열을 조절하도록 만들었다. 목 뒤와 엉덩이 윗부분은 캔버스에 붓질을 한 것처럼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스페인은 네덜란드와의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는 흰색 유니폼을 착용했다. 네덜란드의 오렌지색과 채도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색맹이나 색약, 혹은 흑백 TV를 보는 팬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채도가 다른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가장 개성 넘치는 나라는 단연 카메룬이다. 카메룬은 메트로의 설문조사에서 9위(4.35%)에 머물렀다. 그러나 북미 지역 스포츠 전문 블로그인 블리처 리포트에서 매긴 파워랭킹에서는 1위에 올랐다. 카메룬 유니폼은 대표팀의 별명인 ‘불굴의 사자’를 상징하는 엠블럼과 무늬가 들어갔다. 장씨는 “수작업으로 그린 것처럼 정겹다. 퓨마 특유의 강렬한 색상과 천진난만한 등번호 디자인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 유니폼은 0.65%를 얻어 26위에 그쳤다. 한국 유니폼은 빨간색과 파란색 조합을 선택하고 안쪽에 ‘투혼’이란 로고가 숨겨져 있다. 전범기인 욱일기를 형상화해 논란을 일으킨 일본 유니폼은 17위(2.31%)를 기록했다.

장부다 축구 전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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