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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표 밭…위계 사술이 날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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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4시간 득표전이 뜨겁게 불붙었다. 주말인 9일 저녁부터 시작된 「득표작전」은 봉투 돌리기·흑색선전·선심공세 등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의 감표를 노린 위계·사술이 판을 치는가 하면 마지막 합동 유세장의 혈서소동까지 벌어졌다. 여야 대결도 정책대결도 아닌, 그렇다고 쟁점도 부각시키지 못한 이번 선거는 물량이 투입된 혼탁상을 드러냈으며 그 위에서「조직」이 움직인 선거였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본사취재 종합】

<흑색선전>
○…유력한 탈법 득표전의 대표적 방법의 하나가 이른바 흑색 선전-. 「매터도」·「루머」를 퍼뜨리는 것은 물론 정체불명의 전단 뿌리기, 발신인 없는 편지공세, 전화를 이용한 악선전, 상대방 후보의 운동원을 가장한 추태 연출 등 그 수법은 백양백태
여론조작을 위한 바람잡이 동원도 한가지 수법. 서울의 경우 일부 여·야 후보들은 관내 「버스」노선에 2, 3명의 바람잡이를 투입, 『××× 후보가 제일 낫지』 『×××야 별 볼일 없는 친구아냐』 『×××는 관직에 있을 때 돈을 많이 벌었다며』하는 식으로 떠들게 하여 바람잡이 행각.
김천-금릉-상주구의 박정수 후보는 공화당이 군수·면장을 시켜 자금살포를 한다는 진정서를 관계기관에 살포했으나 공화당 측은 『자금 살포는 자기들이 하면서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면서 「진정서 선거 운동」이라고 일축.
서울 모 선거구에서는 『×××는 축첩을 했다』 『×××는 시내에 몇 억짜리 「빌딩」 을 갖고 있다』는 등 「루머」가 나돌아 피해자 측이 『이렇게 잔악한 모략이 있느냐』고 푸념했다.
포항-영일-영천의 모 후보측에서는 자기 선거운동원을 상대편 후보측에 보내 금품을 달라고 해서 받은 후 금품수수 현장을 잡았다고 폭로.
C 후보는 같은 영천 출신인 현 의원 K후보가 영천군내 축산조합장 등에 인사청탁을 하는가 하면 군수·서장 등에 압력을 가해 선거운동을 하고 또한 서울에 7백평 대지에 「아파트」를 짓다가 선거 때문에 중단했다는 소문도 퍼뜨렸다.
그런가 하면 인천에서는 후보 가족의 비위 사실을 나열한 유인물이 돌았는가 하면 유권자들 집으로 비방 편지가 배달되고 있다는 김은하 후보의 주장이다.
울산-울주에서는 이후락 후보 부인이 시내 「아파트」를 돌며 인사를 하다 이 후보 이름을 인쇄한 싸구려 수건을 받은 주민들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등 거센 항의를 받는 일이 발생 이 후보 부인은 다른 후보의 장난이라고 해명한 후 즉각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고 있고 「50만 울산시의 대표로 이후락씨를 국회로 보내자」는 문구가 든 고속「버스」 시간표를 주문 받았다는 인쇄소 주인이 이 후보측에게 인쇄물 찾아가라고 연락했으나 주문한 일이 없다는 대답을 받고 이 사실을 경찰에 통보.
『새벽 4시에 유권자의 집에 전화를 걸어와 「여기는 양정규 의원 사무실입니다」라고만 하고 끊어 새벽잠을 설친 사람들이 내 욕을 한다』(양정규 후보 주장)는 「케이스」는 전화를 이용한 감표작전.
서울 관악구의 김수영 후보(신)가 주장한 전화감표 작전은 『…나 김수한 의원입니다. 이 지역에서 나 아니면 누가 있겠습니까…다 별 볼일 없는 사람들 아닙니까…』라는 전화를 유권자들에게 건다는 것.
9일 하오 6시쯤 부산시 수정동 뒷길에서 행인 김 모씨(34)는 느닷없이 청년 3명으로부터 『공화당에 입당하라』는 권유를 받고 머뭇거리다가 뭇매를 맞았는데 이는 운동원 가장 수법의 한 예.
이해원 공화당 선거 대책본부 대변인에 따르면 서울 마포-용산에서는 공화당 후보가 야유회를 마련해 초대하는 것처럼 가장, 많은 사람을 모아놓은 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모인 사람이 공화당 후보를 욕하고 돌아가게 했고, 서울 성북에서는 공화당 후보의 부인이라고 자칭한 여인이 선거구내 절에 들러 김장 고추를 시주하겠으니 가게에 가자고 데리고 가서 행방불명 된 일까지 있다.
지난 6일 부산 동구에 사는 조병옥군(20·부산공전 2년)이 밤 10시 30분께 귀가하는 길에 정체불명의 청년이 나타나 『나는 공화당원인데 우리 당 후보인 박찬종 의원을 찍지 않으면 죽인다』고 협박한 후 『당원증을 만들어 줄테니 도장을 내 놓으라』고 윽박지른 일이 일어나 본인이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도 공화당 측 주장.
공화당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선거가 임박하면 야당 후보의 운동원이 자해 행위를 벌여놓고 마치 여당 운동원에게 당한 것처럼 선전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는 것.
공화당은 투표당일 투표소에서 야당 운동원끼리 난투극을 벌여 공화당 운동원에게 맞은 것처럼 가장하는 사례도 벌어질 것이라고 해서 경계.

<물량 공세>
이번 선거에서 득표 무기의 대종격이 되고 있는 자금·물량공세는 D「데이」가 임박하자 노골화·대량화.
주말 전국 각지의 식당에선 때아닌·동창회·향우회·화수회가 열렸고 식권·봉투가 돌고 밀가루·막걸리가 오갔다.
합동연설회가 끝난 9일부터 대구지방 일간지에는 동창회·향우회·친목회 등 각종 모임을 알리는 안내광고가 폭주, 단체를 통한 물량주입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름있는 식당이나 「호텔」들은 단체손님 예약으로 일반손님을 사절하고 있는 형편이며 여흥을 동반한 모임에서는 특정 후보 지지발언이 난무.
야당 측은 공화당 후보가 벽지에 당원증을 돌리고 있다고 공개 비난.
모 무소속 후보는 점 조직으로 돼있는 운동원을 통해 금전을 살포, 불법사실이 적발되더라도 운동원의 책임으로 끝나도록 하는 교묘한 수법을 창안했다.
진주-진양-사천-삼천포 에서는 J후보측이 막바지 작전으로 고정표 5천표만 추가하면 안정권이라는 계산아래 5천표 매수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무소속 후보들이 주장, 상대방은 이를 부인.
J후보는 자기 소유업체에 고정인부 외에 일당 5천원씩의 임시 노동자까지 고용하고 있다는 것.
또 K후보측도 관련회사 직원 수천명을 귀향시켜 1인당 유권자 4명의 주민등록 초본을 떼오게 하고 10명 이상 떼 오는 사람에게는 상금을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
진양군에서는 군수·면장 부인들이 연말 불우이웃 돕기 명목으로 호별 방문을 하면서 털실을 선물하고 있으며 통·반상회 단위의 먹자판에 후보들은 얼굴을 내밀고있다.
이런 과열 속에 이상민 후보(무)는 9일 삼천포의 남양도기 회사 주변에서 선거 운동을 하다 신원 불명의 20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
부산에서는 가정주부 10명씩을 모아 급조계를 만든 뒤 향응을 베푸는 형식이 유행.
급조 계원들이 음식점이나 어느 가정집에 모이면 각 후보들의 통·반 조직책들이 나타나고 이들의 연락을 받은 후보가 2만∼5만원씩 돈 봉투를 가져오든가 보내준다는 얘기.
급조계에 맛들인 일부 주부들은 시차를 두고 각 후보들을 차례로 불러 짭짤한 재미(?)를 보는 일도 적잖다는 것.
부산 남구의 변두리 지역에는 보자기·지갑·비누·양장지·소주 등이 당원용 「팸플릿」과 함께 배부되고 있고 1표에 4천원씩 계산, 당선 가능선인 5만표를 향해 2억원 살포작전이 수립되고 있다는 소문도 등장.
한편 부산 중구 중앙동의 사채시장은 이틀 전부터 자금이 달린 후보자들이 휩쓰는 바람에 영세 상인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
또 중-영도구에서는 후보자가 시내「버스」에 올라와 인사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강릉-명주-삼척지구에서는 막바지 자금살포를 막는다는 이유로 김명윤 후보(무)는 지구내 6백 50개 이 단위 책임자에게 「플래시」를 사주고 10, 11일 이틀저녁 야간 순찰을 시켜 돈 뿌리는 현장을 적발, 고발케 하는 올빼미 작전.
순천에서는 20대 개인「택시」가 9일부터 일제히 시내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각 후보와의 전세 계약으로 모두 인근 승주·구례를 뛰고 있다.
서부 서울의 K후보는 『동장들이 통장들을 소집, 「우리가 질 수 있느냐」며 반별로 설탕·밀가루·고무신 등을 돌리고 떡국 「파티」를 연일 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증거는 모두 확보했지만 하도 많아 일일이 고발할 수도 없다』고 불평.
이와는 달리 제주시 이재동 ○반의 반장은 시내 D음식점의 도장이 찍힌 식권을 반원수 만큼 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런 일은 할 수 없다』고 모당에 되돌려 줬다.
마포-용산에선 노승환 후보가 10일 유세에서 『용산-마포엔 요즘 저녁마다 하루 10∼20군데씩 떡 먹으러 오라는 떡 사태가 났다』고 했으나 공화당 지지 청중은 『거짓말이다』고 맞고함.
타락 양상에 대해 신민당 대전 지구당 대회에 신동준 후보의 지원차 참석한 김영삼 의원은 『이번 선거는 기념품 증정·주식 배부·금전살포 등 9대 총선을 무색케 하는 타락 선거』라고 개탄.

<득표 묘책>
○…신민당 일부 후보들은 선거 운동의 한 방법으로 당수직 도전을 공약으로 내걸어 이채.
지난번 전당대회 때 최고위원 선거전에서 탈락, 절치부심했던 부산진구의 정해영 후보는 『내게 몰표를 주면 나도 야당 총재 한번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서울 동대문구의 송원영 후보는 『저를 원내 총무까지 키워 주셨으니 다음 선거 때는 야당 당수가 되어 돌아오도록 밀어달라』고 「계속」 육성을 당부.
몇 달 전 차기 최고위원을 겨냥하고 당내 계파인 신우회를 떠나 독자 계파를 선언했던 이기택 후보(부산 동래구)도 『내년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당수직에 도전하겠으며 50대가 되는 86년 이후에는 정권에 도전하겠다』고 기염.
정헌주 후보(진주-진양-삼천포)도 다음 최고위원을 다짐하고 있고 고흥-보성의 이중재 후보 같은 이는 『나도 국회와 중앙 정계에서 없어선 안될 거물』이라며 적극지원을 호소.
득표와 연결한 「거물」주장도 많아 경남에서는 동부거물, 남부거물, 서부거물이 등장하고 김택수 후보(공화·김해-양산)는 『거물, 거물 하지만 나보다 더 이상 가는 거물 있는가』 『세계적으로 86명뿐인 IOC위원에 우리 나라에서도 나 한사람 뿐』이라고 했고, 김재순씨(무·춘천-화천)는 강원도 「서부」거물론을, 일부 초년생 입후보자도 『나도 뽑아주면 거물된다』고 거물론에 가세.
제주도의 합동연설회에는 유제두 김성준 정순현 등 권투선수가 나타나 「프로」권투회장인 양정규 의원(무)을 「모시고」퇴장해 측면지원. 이들로부터 「사인」을 받으려는 극성「팬」과 「챔피언」얼굴을 보겠다는 구경꾼이 몰려나가 다른 연사는 골탕을 먹었다.
이에 맞서 현오봉 의원(공화)은 서울·부산 등에 있는 제주도 출신의 유지급 약 2백명을 귀향시켜 친지의 지원을 요청케 했다는 것.
9일 강릉 공설운동장의 마지막 유세에 김진만씨(무) 측은 강원여객 차장 등을 박수 「아가씨 부대」로 동원했고 이관형씨(무)는 연설 도중 꽃다발을 받는 등 묘책을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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