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와 손잡은 출판사들|전작 소설 앞다퉈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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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단에는 전작 소설 집필 「붐」이 일고 있다. 연말 「시즌」을 겨냥하여 지난 1개월 동안 10여권의 전작 소설이 출판되어 선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 봄 「시즌」을 노려 유명무명의 많은 작가들이 출판사 청탁에 의해 전작 소설 집필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같은 전작 소설 출간 「붐」은 이제까지 문학 잡지에 실린 단편이나 중편에 의해서 작가의 재능을 평가하던 비평 풍토를 바꾸리라는 점에서, 신문·잡지 연재 소설만이 장편 소설로 대접받던 출판 풍토를 바꾸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특히 전작 소설 출간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되면 외국의 경우처럼 출판사가 신인을 발굴, 성장시키는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보여 「데뷔」 방법에도 획기적 전환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간행된 전작 소설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첫째 손장순씨 (심씨 일가의 사람들)의 경우처럼 출판사가 이미 확고한 위치를 구축한 작가에게 전작 집필을 의뢰, 출판하는 경우, 둘째 김문수씨 (환상의 성)의 경우처럼 이미 발표했던 중편 (혹은 단편)을 중편으로서는 소재가 아까와 장편으로 새로 써서 출판하는 경우, 세째 출판사가 「데뷔」 3년 안팎의 무명 신인들에게 가능성을 발견하고 전작 집필을 의뢰, 출판하는 경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세째의 경우는 K출판사가 김신운씨 (75년 서울 신문 신춘 문예 「데뷔」)의 『땅 끝에서 며칠을』, 이광복씨 (76년 현대 문학 「데뷔」)의 『풍랑의 도시』, 우선덕씨 (76년 한국 일보 신춘 문예 「데뷔」)의 『가브리엘」의 침대』, 이외수씨 (75년 세대 「데뷔」)의 『꿈꾸는 식물』, 한각수씨 (75년 월간 문학 「데뷔」)의 『기둥을 때리는 빗방울』 등 신인작가 5명의 전작 장편을 각 1만부나 발행, 문단과 출판계에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작가들이 출판사의 전작 집필 요청에 선뜻 응하는 까닭은 원고료에 해당하는 선금 (1백만원 내외)을 미리 받을 수 있고 탈고하는 대로 출간되며 출간되는 즉시 인세를 받을 수 있기 때문. 그런가하면 출판사로는 발표되지 않은 새로운 작품을 독자에게 「서비스」 할 수 있는데다가 전작 출간 인연으로 저자난의 시대에 저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저마다 전작소설 출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손장순씨의 전작을 내놓은 T출판사는 중견 이상의 작가 3, 4명에게 이미 선금을 지급했다는 소식이고 역시 신인 작가 박양호씨 (74년 현대 문학 「데뷔」)의 신작 소설집 『새벽의 춤』을 내놓은 M출판사는 현상금 1백만원을 내걸고 신인의 전작 장편을 모집 중이다.
또한 신인 작가 5명의 전작 소설을 내놓은 K출판사도 역시 「데뷔」 3년 안팎의 신인 작가 3, 4명에게 전작 집필을 의뢰, 내년 봄 「시즌」이면 전작 소설들이 출판계를 석권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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