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옷 사야 세련된 사람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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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겨울맛이 조금씩 나기 시작해 「스웨터」를 하나 살까하고 며칠전 시내로 갔었다.
이리저리 다니며 골라본 뒤 그런대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잡았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1만2천원이라고 했다.
내 예상은 4천원 내지 5천원 정도였고 또 그 옷은 분명히 그렇게 밖에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놀라서 무슨 옷이 그렇게 비싸냐고 물었더니 그 상인은 나를 아래위로 쳐다보더니 『아가씨! 요즈음 고추한근에 얼마인데 이 옷이 비싸다고 그래요?』하고는 큰소리를 친다.
『세련돼 뵈는 여자가 어째 이걸 갖고 비싸다고 그러지?』하면서 주섬주섬 「핀」을 꽂으며 그 옷을 진열장으로 가져갔다. 나는 그 자리에서 기가 질려 버렸지만 그렇잖아도 주부들에게 잔뜩 김장때의 부담으로 걱정을 안겨주고 있는 고추얘기에 발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봐요. 고추야 흉년이니 제멋대로 미친듯 올라간다고 하지만 「스웨터」원사도 흉년이어서 미친듯이 올라갔읍니까? 아직 그런 신문기사는 보지 못했는데요.』 한번 쏘아붙이고 쫓기듯 바삐 나와버렸다.
고추값 들먹이는 것도 괘씸했지만 「세련」운운하는 것에 더욱 화가 났다. 도대체 세련됐다는 건 무언가? 언제부터 이것을 돈으로 계산하게끔 됐는가?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얼마나 좋아하기에 그런 식으로 들먹여야 했을까? 사람들 중에는 그 정도의 돈을 아무 것도 아니게 생각할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값비싸다는 것 한가지로 그 옷이 세련됐다고 믿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식으로 사람의 비위를 긁어가면서 물건을 팔아야하는 세태가 정말 싫었다. 상술치고는 너무나 얄팍하고 또 어이가 없다.
사실 여성의, 인간의 참된 세련미와 생활의 행복은 건전한 정신과 「센스」 있게 물건을 선택하고 또 절약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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