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화하는 서민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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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은지 10여년 안팎의 서민용 소형「아파트」가 벌써 「슬럼」화하고 있다. 이는 당국이 이들 「아파트」를 지을 때 1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채 졸속공사로 각종 부품이 낡은데다 관리마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빚어지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들 「아파트」는 주변환경이나 조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세워져 주변 단독가옥의 주거환경까지 오염시켜 장차 도시의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서울시당국에 따르면 72년 이전에 세워진 15평 이하의 소형「아파트」는 모두 5백69동 2만3천36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고있는 것이 서울시가 철거민용으로 지은 시민 「아파트」.
시민 「아파트」는 모두 4백47동이었으나 와우「아파트」도괴사건이후 78년까지 1백16동을 철거하고 3백31동이 남아있는데 생활조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서대문구연보B지구 시민「아파트」의 경우 12개 동 6백 가구의 주민들은 식수난·변소의 악취·쓰fp기 등으로 큰 고충을 겪고 있다. 수세식 변소는 말뿐이고 수도사정이 좋지 않아 사용한 뒤엔 물을 길어다 변기에 부어야한다.
또 겨울철에는 수도「파이프」가 터지고 가파른 진입로에는 쓰레기가 쌓이기 일쑤다.
서대문구미근동 S「아파트」도 서민용 「아파트」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닌 대표적인 예. 12∼18평 규모의 1백28가구가 살고 있는 이「아파트」는 8년 전에 시설한 「스팀·마파프」가 낡아 겨울에 난방이 제대로 안 되는 데다 7층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없어 주민들이 화재위험을 안고있다.
또 「아파트」주변에는 무허가 하숙·여관·술집 등이 줄지어 있어 자녀교육에도 문제점이 많고 하루 열차왕복이 2백10여 차례나 되는 경의선 철길이 인접해 있어 소음과 진동으로 시달리고 있다.
이 「아파트」에 사는 김철준씨(48)는 『빈터나 오락실이 하나도 없으면서 「맨션」이란 간판을 붙인 의도를 알 수 없다』며 『인근에 불량배가 득실거리고 지난5일 골목에 세워둔 자동차를 잃어버린 일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실정은 5∼6년 된 소형「아파트」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정이 비슷하다.
이처럼 소형「아파트」의 주거환경이 나빠지는 원인에 대해 홍익대 곽영훈교수(도시공학) 는 『건립당시 너무 날림으로 지은데 원인이 있지만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데도 큰 원인이 있다』 고 말하고 『앞으로 소형「아파트」를 지을 때는 공해·편의시설·상하수도·난방·조경 등을 세심하게 심의한 뒤 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최돈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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