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전화위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주가폭락으로 인한 증시침체는 2백여 투자자의 시위소동까지 빚었다.
이러한 주가폭락은 62년 증권파동 이후 처음인데 그 당시도 주가폭락을 항의한 시위가 많았다.
주가가 계속 올라갈 때는 모두가 즐거우나 떨어질 때 문제가 생긴다.
주가는 늘 올라갈 수만도 없는 것이며 시세의 등락은 통상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주가하락은 그 폭이 너무 크고 장기적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그동안 주가가 실질 가치이상으로 너무 올라갔다는 논리도 성립된다. 주가의 원천적인 기초가 되는 상장기업의 수익전망에 큰 변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주가가 이토록 급변한 것은 그동안의 주가형성에 다소 이상이 있었음을 뜻한다.
배당수익보다 단기「마진」을 노리는 투자가 주류를 이루어 주식투자에 대한 일반적 인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자재 값·노임 등 건설원가는 상반기보다 더 올랐으나 거래가격은 오히려 떨어진 「아파트」값과 같은 배경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원칙적으로 주가의 변동에 따른 득실에 대해선 투자자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주식투자에 선의냐 악의냐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증권시장의 육성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며 이를 위해선 증권에 대한 범국민적 참여와 신뢰가 있어야 한다.
증권에 대해 정이 떨어지는 사태가 일어나선 안 되는 것이다.
그동안 증권투자에 대한 계도를 과잉으로 했고, 주가폭락으로 인해 가장 손해를 본 총이 뒤늦게 막차를 탄 선량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은 장차 증권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적 주주층의 잠재 세력이다. 따라서 이들이 증권에 대해 계속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증권시장은 깨끗하고 조용하게만은 구를 수 없는 것이며 다소 투기도 있고 또 무엇보다 사람들이 웅성거려야 한다. 모두가 자기 책임과. 계산아래 한 증권투자지만 최근 사태에 대해 정부가 수수방관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종래의 방식대로 자금 뒷받침에 의해 주가를 상승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거액의 증권금융이 어떤 결과를 빚었는지는 62년 파동 때 충분히 실감했다. 그동안 몇 차례 경험한 바와 같이 대량 투매「무드」아래선 유통금융의 증액이나 기관투자자의 개입도 대세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증권에 대한 대중적 신뢰회복과 투자적 주주층의 확대다. 배당소득을 위주로 한 정상적인 주식투자 면에서 불때는 지금이 투자적기라고도 볼 수 있다.
배당소득에 만족할 수 있는 잠재 주주층은 현재 구매력이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 금융지원을 하거나 다른 유인으로 장기투자자로 육성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할 것이다. 현 증시의 이상침체는 개선되어야 하지만, 그것이「캄플」주사와 같은 대증료 법으로 극적인 회복이 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차라리 현 사태를 그동안의 이상부기 상태에서 건전한 증시로 돌아가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다소 고통스럽고 시일이 걸리지만 장기적으로 효험을 볼 수 있는 주식 대중화의 확산이란 보악요법이 필요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