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사상에 매달리는 문화파 잔재 일침 굳어지는 등소평 체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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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동안 사라진 듯 하던 대자보가 최근 북경 장안가에 다시 나붙기 시작함으로써 중공권력층 안에 심상찮은 변화가 이미 있었거나 있을 것임을 강력히 암시하고 있다.
대자보는 중공권력 투쟁사에서 언제나 권력자의 편에 서서 그 투쟁을 선도해왔다. 그런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최근의 대자보가 전적으로 부수상 등소평의 편에 서서「위대한 도사」인 모택동의 과오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그의 과오에서 비롯된「기정사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중공에서 등소평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뜻한다.
대자보가 특히 문제를 삼고있는 것이 천안문 사건이라는데 우선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천안문 사건이란 76년4월5일(청명절) 주은내 전 수상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군중을 당시의 집권층이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쌍방이 충돌하여 일어난 난동사건이다.
모는 이 사건을 반혁명으로 규정해서 4월10일 등소평을 두 번째로 권좌에서 쫓아내고 화국봉을 수상과 당 제1부주석에 제의함으로써 사실상 그의 후계자로 선정했다.
대자보는 그때가 중공에서 최대의 암흑기였다면서 그런「파쇼」독재의 부산물을 마땅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주장은 오늘의 화국봉이 있기까지의 원인 자체를 소멸시키려는 것 일뿐 아니라 등의 최고권력인수를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화는 그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였고, 또 수상 서리와 공안부장으로서 그 사건을 진압했으며 그 후의 비등운동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는 비록「모의 과오」인 문화대혁명에서「헬리콥터」를 탄 출세파이긴 하나 비교적 온전했고, 또 모 사망 후 4인조를 분쇄하는데 앞장섰을 뿐 아니라 등을 다시 내세워 등소평의 실용주의 노선을 충실하게 따른, 말하자면 실권파의 얼굴「마담」으로 변색했다는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에 실권파가 노리는 주목양가 화의 완전한 탈권에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남아있는 문혁파들의 제거 작업을 마무리지으면서 화가 갖고있는 지위(당 주석·수상·군사위 주석)중 일부를 내놓게 하거나 명목상의 지위를 갖게 하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탈권의 대상자들은 당부주석 왕동흥, 정치국원 오덕·기등규·진석련 등 문혁파들로 이들은 이미 공개 비판을 받았거나 상당한 실권을 뺏긴 상태다.
실권파들이 이들을 내몰려는 배경은 모 사후 실용개방정책이 진행됨에 따라 사실상 문혁이 부정되고 모택동 사장의 절대성이 무너지게 되자 일부 문혁파들이 반기를 들고 나왔거나 그런 조짐을 보인데 있었던 것 같다.
만년의 모택동 사상에 대한 역류가 중공에 도도이 흐르고있는 가운데「죽의 장막」을 허물겠다는 선언을 할만큼 현대화에·집착하는 등소평의 결의는 공산주의 운동에·완전히 독자적인 중공「패턴」을 당분간 낳을 것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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