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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가스·레인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불량「가스·레인지」를 대량으로 만들어 시판해온「가스」기구제조업자들이 검찰에 적발 구속됐다.
이번에 구속된 업자들은 모두가 국내, 시장점유율 1, 2위 다투는 유사「메이커」들이라는 점에서「가스」사용자들을 더한층 놀라게 하고 있다.
무허가 영세업자도 아닌 대「메이커」에서 조차 이처럼 믿을 수 없는 불량제품을 만들어 폭리를 취해 왔다니 그 동안 속아온 소비자의 입장에선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을 볼 때마다 우리는 먼저 상품을 개발하고 제조해내는「메이커」들의 상도의 문제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메이커」들이 상품을 생산하는 1차 적인 목적은 물론 그것을 팔아 이윤을 얻자는 데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엉터리 상품을 만들어 부당이득을 얻고, 소비자를 속이기 위해 농간을 부리는 행위는 정상적인 상행위라고는 할 수 없다. 그것은 엄연히 반사회적인 범죄행위인 것이다.
오늘의 소비자보호운동이 지향하고 있듯이 이런 유의 나쁜 상혼은 사회정의의 구현과 안정된 국민생활질서의 확립을 위해서도 단호히 응징돼야 마땅하다.
이런 견지에서 불량제품의 관리 및 단속기능을 수행하는 관계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요청된다.
최근 연료전환시책의 추진에 따라 가정과 업소 등의「가스」사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서울의 경우만 해도 총1백60만 가구 중「아파트」5만 가구를 비롯한 22만8천 가구가「가스」를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불량「가스」기구가 범람한다는 것은 시민생활에 대한 일대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지난67년부터 77년까지 우리 나라에서 일어난 고압「가스」사고가운데 46%가 기구 및 용기결합 때문이라는 통계도 있다.
숱한 인명과 관련된「가스」기기 자체가 이렇게 불안전하게 제조된 것이라면 아무리 사용자가 사용상의 주의를 다 한다 해도 시설결합으로 인한 사고는 막을 수가 없게 된다.
오늘날 무수한 신제품이 개발되어 양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소비자들로서는 이들 상품에 대한 판별능력과 기술적인 전문지식을 갖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불량·위험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은 1차적으로 당국의 책임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가스」기기의 중요부품인「버너」와「호스」·압력 조정기, 그리고 용기의 제조과정에서부터 엄격한 안전검사를 받아 완벽한 제품이 시판되도록 사전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안전도 검사기관인 고압「가스」보안협회의 기능부터「가스」연료시대에 맞추어 강화·개편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 41명뿐인 고압「가스」보안협회소속 일선검사원으로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제조·저장·판매시설과 일반검사대상에 대한 검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가스」취급업소가 무자격자를 고용하고 각종 기기에 대한 안전검사가 형식에 그치고 있는 것도 모두 검사기관의 일손부족과 경비부족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가스」연료와 같은 문명의 이기를 올바로 이용하기 위해서는「메이커」들의 윤리의식과 함께 사회적인 감독·관리체제의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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