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산권 교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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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호개방 정책을 표방한 지난 73년의 6·23선언이래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과의 교류분위기는 확실히 나아지는 징조가 보인다.
전후의 냉전구조가 해체되고 공산권자체도 중·소 대립으로 상징되는 내부 응집력의 약화로 이 같은 분위기의 개선방향은 역사의 흐름이기도 하다.
다만 공산권 중에서도 동구와 「아시아」공산권 안에는 적지 않은 분위기의 차이가 보인다.
아직은 소련보다는 중공, 동구공산국보다는 인지공산국의 대한 태도가 덜 유연하다.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다고 해도 우리의 대공산권 교류에는 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많지 않은 한·소간의 비정치적 교류마저도 대개는 우리측의 적극적 태도에 의한 것일 뿐, 소련측이 적극성을 발휘한 경우는 드물다.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은 대한교류에 있어 엄격한 한계를 지켜왔다. 성격에 있어 비공식적이고, 태도에 있어 국제사회와 국제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를 다한다는 소극적 태도를 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제대회나 회의에 우리 대표를 받아들이긴 하면서도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자기네 대표를 파견하지는 않는 식이다.
교역에 있어서도 우리의 상품이 동구권에 들어가고는 있지만 직접 교역이 아닌 간접 교역의 형태로서다.
그 결과 동구 몇몇 나라의 무역통계에 최근 한국의 명칭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념을 초월해 상호교류가 확대되어 가는 세계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공산권과의 교류가 아직도 억제되고 있는 기본요인은 북괴에 있다.
북괴는 공식·비공식의 모든 경우를 막론하고 공산국가가 한국의 실체를 인정하는데 대해 집요한 반대책동을 벌여왔다.
소련 등 대부분의 동구공산국들은 국제회의나 대회에 관한 한 북괴의 거센 항의보다는 개최국으로서의 국제적 책임을 우선 시킨다. 그에 비해 중공과 인지공산국들의 태도는 보다 경직한 편이다. 다만 중공·북괴보다 소련 등 동구공산권과 밀착되어가고 있는 「베트남」만이 그래도 그 중에서는 비교적 유연해질 가능성을 보이고있다.
이렇게 비록 약간씩 경·연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공산국가가 아직은 대한관계에 있어 적극적 행동을 주저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북괴를 자극하는데서 초래될 손실이 한국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데서 올 이득보다 크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이해관계에 대한 득실판단이 쉽사리 변하리라고 보기는 물론 어렵다.
그러나 공산국가간의 관계도 이제는 「이데올로기」에 의한 구심력보다는 국가적·민족적 이해관계에 의한 원심력에 더 좌우되는 현실이다. 소·중공 관계, 중공·「베트남」관계, 「베트남」·「캄보디아」관계가 바로 그 좋은 예라 하겠다.
이러한 공산권 내부관계의 변화는 우리에게 북괴의 방해공작을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여건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당장은 효과가 나타나가 않더라도 대공산권 관계개선 노력은 중단 없이 꾸준히 계속될 필요가 있다.
장기적 안목에서 일희일비함이 없이 가능한 모든 기회를 포착하여 활용하는 끈기 있는 탐색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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