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영화제에 출품한 중공의 「손오공」영화 큰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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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15일부터 2주동안 「런던」국립국장에서 개최되는 제22차「런던」영화제에 첫 중공영화가 출품되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 65년 상해동화제작소에서 제작한 1시간46분 짜리 만화영화인데 제목은『대노천국』.
이는 『서유기』중에서 손오공이 천국으로 올라가 복숭아밭 지기로 있다가 난동을 일으켜 천제의 군사와 싸워서 이기는 부분을 잘라내어 만든 것이다. 원작에서는 손오공이 싸우다가 결국 잡혀 3천년동안을 동굴에 갇히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 부분을 바꿔 『그래서 손오공은 독재자와 싸워 승리자가 되었다』는 「나레이션」으로 끝을 맺고 있다.
그러나 문혁초기에 만든 이 영화는 이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고는 놀라울 정도로 원작에 충실하게 꾸며졌다.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손오공의 장난기도 가감 없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 『동방홍』등 소위 사회주의「리얼리즘」원칙에 철저한 종전의 중공영화를 접했던 이 곳 비평가들은 이 영화가 인간과 신의 투쟁을 그린 「그리스」신화와 비교해서 손색이 없다고까지 비평하고 있다.
문혁기간중 이 작품은 사회주의「리얼리즘」의 요소가 너무 결여돼 있고 반대로 낭만주의 요소가 너무 강한 흥미본위의 영화라고 해서 비판을 받은 바도 있다.
그러니까 『대노천국』의 「런던」상륙은 외교면에서뿐 아니라 문화면에서도 중공은 탈 이념적인 면모를 가지고 서방에 진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색채의 선명도나 동작의 세련미가 예컨대 「디즈니랜드」의 『백설공주』에는 못 미치지만 하늘나라와 수중「장면」같은 상상의 세계를 묘사하는데는 오히려 그런 덜 세련된 기법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고 한 비평가는 평했다. 영화제가 끝나면 BBC에서 이 작품을 방영할 계획이다.<런던=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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