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선거 앞둔 후보들, 마지막 발언 들어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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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열린 38대 의협회장선거 후보자 합동설명회. [사진 김수정 기자]

“정파 상관없이 ‘대탕평’ 인사를 통해 수평적, 민주적 리더쉽을 펼치고 의료법 전면 개정안을 추진해 나가겠다.” (기호 1번 유태욱 후보)

“수년간의 회무 경험과 37대 집행부 이력을 살려 당선 즉시 현안을 처리하고 의협의 조속한 안정화를 꾀할 것이다.” (기호 2번 추무진 후보)

“교수와 병원계의 참여를 이끌어 모든 직역이 하나되는 의협을 만들고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의사집단으로 이끌겠다.” (기호 3번 박종훈 후보)

제 38대 대한의사협회장 보궐선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회장 후보들이 13일 오후 7시 서울시특별시의사회 주최로 열린 후보자 합동설명회에서 각자의 정견과 공약을 발표했다.

이날은 선거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진행된 후보자 합동설명회였다. 이달 18일 치러지는 의협회장 선거에는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 추무진 용인시의사회장,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출마했다.

이날 합동설명회는 후보 간 치열한 공방과 신경전보다는, 웃음과 여유가 오고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지난 4일 인천을 시작으로 열흘간 전국을 돌며 합동설명회를 진행한 탓인지 후보들은 연신 ‘이제 다른 후보들과 정이 들었다’는 말을 전하며 서로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유 후보, ‘39대 회장 불출마’ 자필 성명으로 공개 약속
기호 1번 유태욱 후보는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하며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회장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 후보는 “현재 의협회장 탄핵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합의 수평적 리더십으로 모든 직역·세대·직능을 통합해 의료계가 화합·단결하고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자 이번 선거에 입후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장에 당선되면 의료법 전면 개정안을 추진해 우리가 그동안 불합리하고 규제에 의해서 의사로서 자긍심을 잃고 의료 본질을 지키지 못했던 점들을 시행해나가겠다”며 “정파 구분 없는 대탕평 인사, 대의원회의 민주적 운영 등을 통해 의협을 이끌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또한 유 후보는 정견 발표 도중 돌연 자필 성명서를 꺼내 읽기도 했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 38대 회장으로 당선되면 39대 후보로 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이 자리에서 자필 성명을 통해 공개적으로 약속하겠다. 38대 회장 당선시 수평적 리더십으로 의협의 대통합과 정상화를 이루고 39대 의협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노환규 아바타? 나를 몰라서 하는 소리”
기호 2번 추무진 후보는 협회 실무 경험을 강조하며 당선 즉시 회무에 돌입할 수 있다고 다른 후보와의 차별성을 내세웠다.

추 후보는 “대학교수 10여년, 의협중앙회 대의원, 정책이사 등 비교적 다양한 회무 경험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른 후보보다 잘 안다”며 “만약 회무경험 전혀 없는 사람이 당선된다면 두 달간 적응 기간을 가지고 곧바로 연말에 차기 회장선거에 들어가야 한다. 그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노환규 전 의협회장의 ‘아바타’로 불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저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선을 그었다.

추 후보는 “제가 당선되면 노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전 어떤 특정소속도 아닌 의협 회원 중 하나다. 회장이 되면 누구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 회원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37대 집행부의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고칠 점은 고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각 직역을 아우르는 원탁회의의 추진, 원격의료 입법 반대, 각 직역간 모임 정례화, 노인정액제 개선, 보험실사팀 구성, 의료정책연구소 기능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치적 논리에 빠진 의협회장, 내부 갈등 조장”
세 후보 중 유일하게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기호 3번 박종훈 후보는 모든 직역이 하나되는 의협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박 후보는 “대학교수가 의협회장 선거 출마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의협이 개원의만의 것은 아니다. 모든 직역이 하나 돼야하는데 그동안 교수와 병원계의 참여가 얼마나 저조했는지 반성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박 후보는 지난 집행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의협이 투쟁의 목소리를 접은 적이 없음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존경받는 의사이기는커녕 회장이 목에 칼을 긋고 상임이사는 몸에 휘발유를 붓는 그런 단체가 됐다. 지인이 말하길 ‘이제 의사가 힘든지는 어지간히 알겠는데 그래도 자위는 심하지 않냐’고 한다. 교수도 개원의도 의협 회비를 안낸다고 할 정도로 의협은 회원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투쟁 아젠다도 정치적 논리에 빠져들어 상당히 왜곡됐다. 의사회가 언제부터 좌편향 논리 지지하고 보건의료노조와 손잡았나. 누구에게 묻고 어떤 합의과정을 얻었는지 모르겠다”며 “의협회장 스스로가 의사들이 과잉진료한다고 떠들며 갈등 구조로 몰아갔다. 도무지 반성할 줄 모르는 무소위의 권력을 내리고, 모든 직역이 하나 되는 의협, 회원을 무서워하는 의협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 반대, 의료전달체계 심각성에 공감
각 후보자의 정견 발표에 이어 의료계 현안에 대해 후보자의 견해를 묻는 공통질문, 개별질문 시간이 이어졌다.

합동설명회에서 좌장을 맡은 박상호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저조한 의협 회비 납부율에 대해 회원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박종훈 후보(현장 답변 순)는 “회장과 집행부가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 회비납부는 다른 것과 연계하기 굉장히 어려운 구조다 .내가 쓴 회비가 나를 위해 쓰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태욱 후보는 “회비 납부율을 향상시키려면 회장의 활동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경영학적 측면에서 시스템을 고안해야 한다”며 “시군구별로 카테고리화해 시군 회비를 걷어 의협으로 전달하면 광역시도로 나누고 분배하는 방식이 있다”고 밝혔다.

추무진 후보는 “반모임이 잘되는 구는 회원 참여율이 높고 회비 납부 잘된다. 작은 단위인 반모임 활성화해서 반에서부터 회원 갈등을 없애다보면 전체가 단합이 잘되고 회비 납부도 잘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 13일 열린 38대 의협회장선거 후보자 합동설명 [사진 김수정 기자]

더불어 임기가 10개월 남짓으로 짧은 38대 회장 당선시 주력할 사업을 묻는 질문에 후보자들은 의료계 내부 화합과 원격의료 저지 등을 꼽았다.

유 후보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원천무효와 의료법 전면 개정 ▲대탕평 인사를 통한 전문적 인재 등용 ▲젊은 세대 의사에게 희망 전달을 꼽았으며, 추 후보는 ▲의협의 화합단결 ▲원격의료 입법 저지 ▲노인정액제 개선, 진찰료10% 인상, 보험실사팀 구성을, 박 후보는 ▲하나되는 의협 ▲비대위와 의정합의안 개선 ▲의협 주도의 정책 결정 등을 주력 사업으로 꼽았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원격의료,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박 후보는 “원격의료와 영리자회사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변호사, 정책가와 법리적 검토, 상담 등을 여러 차례 해서 깊이 알고 있는데, 회원 정서상 원격의료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다”며 “외국의 원격의료의 경우, 안전장치가 많고 개원의 중심이어서 문제될 게 없는데 우리나라만 들어오면 문제가 생긴다. 현재 정부의 안을 가지고만 말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원격의료는 의료 본질적 가치에서 보면 의사 직업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 무조건 반대했어야 했다. 법안을 통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한다는 집행부의 논리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영리자법인 허용 역시, 의료법인은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현재 법 체계에서는 말이 안된다. 영리법인을 허용하려면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후보는 “복지부가 발표한 원격진료 시범사업안을 보면 대도시, 중소도지, 소도시 등 망라해 시행하는 것인데, 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단계다. 이미 법안은 국회로 넘어간 상태이므로 국회의원을 설득해야 한다”며 “영리자법인 역시 메디텔 내에 의원을 열 수 있도록 했는데 의료계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의협 내부 혼란이 있는 틈을 타서 결정된 것이므로 빨리 힘을 모아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고 있는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에 대해서도 세 후보 모두 공감했다.

유 후보는 “현재 환자가 동네의원에서 진료도 받지 않고 상급기관 진료권 써달라고 할 때 진료의뢰서를 써줄 수밖에 없다”며 “의료기관별 기능성 접점화, 종별 진료 난이도에 따라 환자 배분될 수 있는 시스템이 확고해져야 한다. 각 기관별 종별 가산율 역시 현재 1차의료기관이 낮은데 오히려 1차가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후보는 “국민의 의료기관행태를 바꿀 수 있도록 건보공단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환자 간의 쟁점, 불신, 싸움이 될 수 있다”며 “수가의 현실화부터 돼야 한다. 의원급 수익 구조가 의료전달체계 개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대학병원은 중증질환 연구중심으로 가야했는데 너무 비대해졌다”며 “경증 환자가 대학병원으로 가면 수가를 인정하지 말고, 중증이면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가야한다. 경증 환자를 보면 볼수록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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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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